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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중학생도 뛰어든 증시, 기우일까

박성호 증권부 차장





최근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지인의 중학생 딸아이가 그동안 용돈을 모아 만든 60만원을 주식에 투자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 지인은 딸아이의 부탁대로 주식을 사줘야 할지 판단이 안 선다면서 어찌해야 하는지 물어왔다. 어려서부터 금융투자교육을 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모 자산운용 대표의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학생들까지 증시에 관심을 가질 만큼 주식 투자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10여년 전만 해도 증권가에서는 ‘장바구니를 든 주부가 증권사 영업점의 시세표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때가 꼭지’라는 속설이 있었다. 물론 여성을 비하하려고 꺼낸 말은 아니다. 평소 주식 투자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 증시에 유입되기 시작하면 그때는 시장이 과열 상태이니 조심해야 한다는 뜻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듯하다. 지금은 상황도 많이 변했으니 조심스럽게 ‘주부’ 대신 ‘어린아이’ 정도로 바꾸면 어떨까.

증시를 담당하는 기자 입장에서 증시가 활기를 보이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증시를 보면 걱정되는 면이 있다. 자신의 판단과 결정이 아니라 분위기에 이끌려 너도나도 주식 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에서다. 얼마 전 있었던 카카오게임즈의 공모주 청약도 그랬다. 59조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렸고 41만명이 청약에 참가했다. 막 취업한 직장인이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한 뒤 만든 7,000만원을 고스란히 집어넣었다는 얘기에서부터 부동산만 갖고 있지 단 한 번도 주식 투자를 하지 않았던 70대 할아버지가 처음으로 주식계좌를 개설했다는 등 정말 다양한 얘깃거리가 있었다. 높은 경쟁률 탓에 수익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투자자들이 지난 6월 있었던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의 경험칙에 이끌리고, 이번에 청약하지 않으면 영영 이 시장에서 소외될 듯한 분위기에 휩쓸린 면이 작지 않았다고 본다.



현재 취재 목적으로 들어가 있는 ‘리딩방’에는 ‘선생님’이 찍어줄 매수·매도 ‘타이밍’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투자자들이 수두룩하다. 물론 주식 시장에서 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좋은 결과만 낳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단지 오를 것 같아서, 누군가 오른다고 해서 발을 담가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아무리 확실하다고 해도 주식은 늘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카카오게임즈 청약 마감일, 책장 구석에 오랫동안 꽂힌 책 한 권이 눈에 띄었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와 조지 애커로프 교수가 쓴 ‘야성적 충동’이었다. 여러 내용이 많았지만 그 책을 읽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 중 하나가 언제나 투자자들이 합리적 선택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깨졌다는 점이었다. 지인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이왕 시장에 발을 담가 보겠다면 어린아이지만 궁리한 뒤 자신의 판단에 따라 결정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OO이 주식 사주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대신 공부해서 직접 투자 종목을 선택해 오라고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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