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2%에서 -1.1%로 하향 조정했다. 경기회복에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며 정부가 기대했던 ‘V자형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에 이어 KDI도 역성장을 예상하며 올해 ‘플러스 성장’ 전망을 유지한 곳은 정부만 남았다.
KDI는 8일 ‘2020년 경제전망’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지난 5월 전망에서 전제한 기준 시나리오보다 하위 시나리오와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1.1%의 역성장을 예상했다. KDI는 매년 5월과 11월에 경제전망을 발표하지만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이례적으로 수정 전망을 발표했다.
KDI의 ‘하위 시나리오’에서는 상반기 경제성장률보다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더 낮은 것이 특징이다. 이에 5월에 발표한 전망치(0.2%)는 1.3%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앞서 한은도 5월 제시한 전망치 -0.3%를 대폭 낮춘 -1.3%의 성장률을 예상한 바 있다. 국내외 기관 중 정부만이 0.1%의 플러스 성장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KDI는 민간소비 부문이 예상보다 크게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면접촉이 많은 서비스 소비가 급감하고 긴급재난지원금 효과 등이 사라지면서 소비재 소비 또한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기부진에 따라 소득도 감소하면서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4.6%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2·4분기 역성장한 경제가 3·4분기 2~3%가량 성장할 것이라는 ‘V자 경기회복’에 대한 정부의 기대와 배치된다. KDI는 내년까지도 민간소비가 2.7%로 소폭 반등하는 데 그칠 것으로 관측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4.6%를 기록한 뒤에 오는 2.7%는 상당히 좋지 않은 숫자로 올해와 내년을 합해도 지난해 소비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다”면서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려 V자 반등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KDI는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4.2%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주요국에서 4~5월 봉쇄령 등 강력한 방역조치를 실시해 서비스와 함께 상품 생산도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대면접촉이 많은 서비스업의 위축으로 올해 취업자 수 역시 15만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KDI는 “당분간 재정 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방역체계 지원에 두고 코로나19로 피해를 크게 입은 취약계층 보호에 집중해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기업과 자영업자가 대규모 파산하면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된 후에도 경기회복이 지체될 수 있으므로 일시 자금경색을 겪고 있는 경제 주체들에게 유동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DI는 미중 무역분쟁을 상반기에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위험요인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두 국가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성장에 추가적인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미중 무역분쟁 상황이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와 무관하게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모습은 상당히 지속될 것”이라며 “미중 무역분쟁이 확대되면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종=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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