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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은행
손실땐 책임 떠안나...은행 '뉴딜펀드 딜레마'

원금 비보장 상품 판매 최종책임

은행 이사회에 묻는 규정 앞두고

사실상 '정책형 펀드' 판매 독려

정부 역점사업 소극대응도 어려워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하나" 난색





정부가 추진하는 ‘뉴딜펀드’의 주요 판매 창구인 은행권이 딜레마에 놓였다. 잇단 펀드 사고와 판매사의 책임 강화로 은행의 펀드 판매가 까다로워지는 상황에서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 또 다른 펀드에 힘을 싣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통령까지 나선 뉴딜펀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려워 과연 은행들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펀드시장 전반이 침체한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 ‘사실상 원금 보장 효과’를 내세우며 특정 펀드를 띄우는 데 대해서도 다른 공모펀드에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지적도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부터 조성되는 뉴딜펀드의 판매 채널에는 은행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민들의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은행에서도 가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청와대와 금융당국에 약속한 적극적인 지원 방안에는 판매사로서 뉴딜펀드 활성화도 포함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국민참여형 뉴딜펀드의 대표주자는 내년부터 5년간 2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정책형 뉴딜펀드다. 정부·정책금융기관이 7조원을 출자해 모펀드를 만들면 이를 바탕으로 운용사가 자펀드를 만들고 금융사·연기금과 국민이 여기에 13조원을 투자하는 구조다. 특히 정부는 공공자금이 후순위 출자금으로 들어가 펀드가 손실이 나더라도 기본 손실률 10%까지는 재정이 우선 부담한다고 강조해 “사실상 원금보장 효과가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뉴딜펀드는 예·적금과 달리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가능성이 낮더라도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 만큼 은행들로서는 판매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파생결합펀드(DLF)·라임펀드·디스커버리펀드 등 잇단 사모펀드 사태에 더해 최근에는 일부 공모펀드에서도 환매 중단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소비자보호를 명목으로 투자상품 제조사·투자자에 비해 판매사가 져야 할 책임이 비대칭적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라임펀드 판매사들이 금융감독원 권고에 따라 사상 초유 ‘100% 배상’을 수용한 게 대표적이다.

게다가 은행권이 금융당국과 함께 준비 중인 ‘비예금 금융상품 판매 내부통제에 관한 모범규준’이 연내 시행되면 은행들은 원금보장이 안되는 모든 상품의 기획·선정부터 판매·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의 절차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이 가이드라인은 모든 원금 비보장 상품 판매에 대해 최종 책임을 은행 이사회에 두는 것이 핵심이다. 불완전판매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은행들이 문제 있는 투자상품을 책임 있게 걸러 내라는 취지지만 은행들로서는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모든 상품의 판매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정부가 직접 ‘사실상 원금보장’을 강조하며 뉴딜펀드를 띄우자 은행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A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국민 참여를 유인하기 위해 판매수수료도 낮출 것이라는 예상이 벌써 나온다”며 “가이드라인이 도입되면 은행들은 모든 투자상품 판매에 보수적이 될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나서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많이 팔라고 띄우는 격이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가이드라인이 도입되더라도 뉴딜펀드 판매는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원금손실·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낮은 상품은 은행이 이사회 승인을 받아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 눈치를 봐야 할 은행들의 생각은 다르다. B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주도해서 설계한 펀드인데 은행 이사회에서도 다른 상품에 비해 쉽게 승인을 내주고 판매를 독려하지 않겠느냐”며 “혹여 나중에 뉴딜펀드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판매사들이 모두 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공모펀드 시장 침체가 계속되는 와중에 정부가 특정 펀드만 띄우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구축효과도 우려한다. 잇단 사모펀드 사태와 주식시장 직접투자 열풍으로 얼어붙은 펀드 시장 자금이 뉴딜펀드에만 몰려 다른 민간 공모펀드는 더욱 모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은행들은 공모펀드 시장 내 판매 비중이 올해 7월 말 37.7%로 지난해(40.8%)보다 더 떨어진 상태다. C은행의 자산관리(WM) 부문 관계자는 “다른 좋은 공모펀드들과 건전한 경쟁을 통해 좋은 기업을 발굴하고 수익률을 올리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정책펀드만 너무 부각되고 있다”며 “여타 펀드들에는 돈줄이 막힐 수 있다”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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