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감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더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숨겨 국민을 오도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특히 미국이 한국을 지켜주는데 미국이 그들의 호구가 됐다는 식의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다음주 발간 예정인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7일 우드워드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코로나19)은 치명적인 것”이라며 “아마도 코로나19가 독감보다 5배나 더 치명적”이라고 밝혔다. 우드워드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보도해 퓰리처상을 탄 언론인이다.
우드워드는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되기 전인 1월28일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이 “코로나19가 대통령 임기 중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3월19일 패닉을 만들지 않기 위해 일부러 위험을 경시하고 있다고 내게 말했다”며 “젊은 층의 감염 위험도 인정했다”고 했다.
이와 별도로 우드워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일화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에게 김 위원장과 핵무기의 관계를 두고 “이는 집을 사랑하는 누군가와 정말로 비슷하다. 그들은 이것을 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주고받은 친서 27통을 확보했으며 이 중 25통은 공개된 적이 없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각하(Your Excellency)’라고 자주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은 영리함 그 이상”이라며 “(두 사람의) 케미 확인에 1초도 안 걸린다”고 했다.
WP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우드워드에게 2017년 북한과의 전쟁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를 언급하면서 “나는 이전에 이 나라에서 아무도 갖지 못한 핵무기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우드워드는 당시 국방장관이던 제임스 매티스가 북한과의 상황이 심각해 옷을 입은 채로 잠을 자고 기도하기 위해 성당을 자주 찾았다고 책에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대해 “우리는 한국을 지켜주고 있다. 우리는 당신(한국)이 존재하도록 하고 있다”며 “그들은 아주 많은 돈을 벌고 있고 우리는 (그들을 지키는 데) 100억달러가 든다. 우리는 호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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