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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세입자 때문에 거리로'… 갈등폭발에 정부 또 '추가 해설집'

정부, 잇단 분쟁에 '2차 해설서' 내기로

세입자 거절 시 '실거주 매수' 불가능 등

임대차법 해석 분쟁 빈번…"해석 명확히"

갈등 범위 넓어 해설서 내도 새 분쟁 이어질 듯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집회에서 임대차3법 등에 반대하며 시위하고 있다./연합뉴스




# 지난달 서울의 한 아파트를 실거주 용도로 매수한 A 씨는 최근 ‘입주를 못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현 세입자가 집을 보여주지 않아 집도 보지 못하고 매매 계약을 체결했는데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세입자가 집을 구해 나가겠다는 소식이 전혀 없어서다. 계약 때만 해도 ‘세입자가 나갈 것’이라고 들었지만 각서 등 서류 화 된 증빙서류는 갖추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잔금 전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겠다’고 돌변하면 A 씨는 본인 집에 입주도 못하고 길에 나앉아야 할 상황이다.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훌쩍 넘었고 그 사이 정부가 해설서까지 냈지만 임대차 시장에서는 여전히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실거주용으로 집을 샀는데 계약갱신청구권 사용과 맞물려 입주를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큰 원칙상 방향은 정해져 있지만 워낙 급하게 법을 만들다 보니 1차 해설서에서 언급한 사례 외에도 다양한 현실적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어서다. 급기야 정부는 2차 해설서를 내놓기로 했다.



<잇단 혼선에…정부, ‘임대차 2차 해설서’ 낸다>

국토교통부와 법무부 등에 따르면 두 부처는 새로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관련 해석상 문제가 제기된 부분에 대해 유권해석 협의를 진행해 이달 중 공개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히 매매와 관련된 부분의 해석상 질의가 이어지고 있어 법무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번과 같은 해설서로 발간하게 될지 보도자료 형태로 낼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해석을 명확하게 할 부분에 대해 정리해 공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발표한 해설서 내용으로도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A씨 사례처럼 전세 계약 만기에 맞춰 거래가 이뤄진 경우 매수인의 실거주 사유로 인한 계약 갱신 거절이 가능한지 여부다.

정부는 우선 청구권 사용 대상에 대해 ‘당시의 임대인’이라고 명확하게 해석한 상태다. 또 임대차보호법과 앞선 1차 해설서 등을 보면 ‘집주인과 합의 시’ 계약갱신청구권 거절은 가능하다. 세입자와 집주인이 청구권을 사용하지 않기로 명확히 합의한 경우다. 이 경우 세입자가 이후 ‘청구권을 사용하겠다’고 말을 바꿔도 인정되지 않는다. 때문에 기본적인 원칙은 정리가 분명히 돼 있는 상태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해설서를 추가로 내기로 한 것은 현실적 문제에 부딪혀 시장에서 논란이 나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세입자의 ‘말 바꾸기’ 부분에 대한 것이다. 정부의 추가 유권해석도 이 부분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는 ‘말 바꾸기’가 인정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는 세입자가 집주인의 편의를 위해 ‘청구권 포기’를 명시적으로 동의해줄 가능성이 거의 없다 보니 관련된 분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다. 합의문 없이 구두로만 약속해 ‘청구권 포기’를 증빙할 서류가 남아있지 않거나 세입자가 합의 자체가 없었다는 식으로 입장을 바꾸면 다시 상황은 복잡해진다. 임대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상황에 따라 해석상 문제가 생기는 만큼 이번 기회에 ‘실거주 목적의 매수자에게 매도할 경우’를 청구권 거절 사유에 추가해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각서나 합의문 등을 작성하면 가장 손쉽지만 주도권을 쥔 세입자가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면서 적극적으로 집주인을 도와줄 가능성이 높지 않고, 혹 동의하더라도 문서로 이를 남겨놓지 않으려 할 공산이 커서다. 정부 관계자는 “문자메시지나 구두 약속 또한 모두 합의로 인정된다”고 했다. 하지만 세입자가 입장을 번복한 경우에 대해서는 “일방이 합의를 부인한다면 분쟁조정위 등 분쟁 조정 절차를 거쳐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특히 ‘청구권 포기’ 증빙이 있더라도 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효력이 없다’는 조항 탓에 세입자가 ‘청구권 포기’ 약정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한 전문가는 “‘새 전셋집이 구해지면 나가겠다’는 식으로 모호하게 약속한 뒤 ‘집이 구해지지 않았다’며 청구권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맘 먹고 세입자가 말을 바꾼다면 집주인으로서는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해설 내놔도 새 분쟁…갈등 계속 이어질 듯>

사정이 이렇다 보니 ‘2차 해설서’가 나오더라도 민감한 분쟁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해설서가 모든 분쟁의 가능성을 다룰 수 없는데다 추가 보완 대책이 계속 쏟아지면서 새로운 분쟁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수세에 몰린 집주인들이 임대차3법의 허점을 노려 ‘틈새 공략’에 나서는 중이어서 새로운 갈등이 촉발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세입자와 보상 합의를 통해 청구권 사용 포기를 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이용해 최초 전세계약 체결 시 50~100만원 가량 이사비를 지원해주는 조건으로 ‘청구권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합의 내용을 특약으로 걸어놓는 방식이 회자되고 있다. 임대차3법 반작용으로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세입자가 이를 거절하기 쉽지 않다 보니 실질적인 ‘청구권 무력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상을 전제로 한 합의라면 유효하다”면서도 “나중에 강요에 가까운 합의였다며 무효를 주장한다면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했다.

임대사업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최초임대료’ 시점에 대한 해석이 재차 포함될지도 관심이다. ‘민간임대주택특별법’ 상 지난해 10월23일 이전에 등록한 임대사업자의 경우 등록 당시 존속 중인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고 나서 재계약할 때 사업자가 임대료를 시세에 맞춰 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앞선 해설서에서는 이 경우에도 ‘5% 상한’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임대사업자들은 특별법인 ‘민특법’과 일반법인 ‘임대차법’이 충돌할 경우 특별법을 우선 시행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밖에 ‘위로금을 주지 않으면 청구권을 사용하겠다’고 세입자가 버티는 경우, 집주인들이 세입자의 여건 등을 사전에 심사하는 ‘세입자 면접’ 등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문제도 명확한 해법을 담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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