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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人] 진대제 회장 “'3년투자·4년회수' PEF 성장족쇄...이젠, 바꿔야"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

지난해 PEF 투자 집행 금액만 16조원 달해

"뉴딜 한방으로 20조원 넣으면 수급 깨져"

"PEF 투자회사 글로벌 스탠다드로 바뀌어"

"中 빠져나오는 제조기업 韓 올수 있게 해야"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대표. /이호재기자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가 연간 투자하는 돈이 12조~14조원에 달하고 벤처캐피털도 4조원을 씁니다. 뉴딜펀드 20조원이 새로 들어가면 기업가치에 거품만 낄 수 있습니다. ”

최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돌파한다며 내놓은 20조원 규모의 뉴딜펀드. 정부는 주식시장으로 쏠리는 돈을 돌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방어논리를 세웠고 반대편에서는 지금껏 실패를 거듭했던 관제펀드와 다를 바 없다고 공격하고 있다. 과연 효과적으로 작동할까. 16일 서울경제가 만난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우려부터 내놓았다. 참여정부 당시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진 회장은 국내 모험자본 시장의 산증인이다. 지난 2006년 국내 첫 정보기술(IT) 분야 전문 투자사로 출발한 1세대 PEF 스카이레이크를 14년째 이끌고 있다. 최근 두산솔루스(336370) 경영권을 7,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존재감도 드러냈다.

진 회장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모험자본 시장 흐름의 왜곡이었다. 진 회장은 “국내 첫 PEF들이 나오던 20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구조조정 기업을 제외하면 인수합병(M&A) 시장이랄 게 없었다. 회사 파는 걸 인생의 실패처럼 생각하던 시기”라며 “회사도 상품이라며 오너들을 설득해 블루오션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할 일은 (자금의) 흐름이 왜곡되지 않게 하는 것인데 지금처럼 뉴딜 한 방으로 20조원을 때려 넣으면 (자본시장에서의) 수급이 깨진다”고 꼬집었다.

이미 M&A나 자금조달 시장에는 돈이 넘쳐난다. 지난해 PEF가 500개 기업에 투자를 집행한 금액만 16조원에 달한다. 전년(13조9,000억원) 대비 15.1%, 직전 3년 평균 금액(11조7,000억원) 대비로는 36.7%나 늘었다. 연기금 등이 출자해 만든 펀드에서 미집행된 금액만 22조6,000억원이 쌓여 있다. 이런 탓에 정책자금이 자본시장을 향하면 결국 왜곡과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진 회장은 정책자금이 향해야 할 곳은 기존 산업의 구조혁신이나 새로운 상품의 개발이 우선순위라고 꼬집었다. 그는 “자동차 부품사들이 다 어려운데 (매출) 1,000억원 기업들을 계속 붙이면 1조원짜리 회사가 되는 것이고, 그렇게 규모화하면 글로벌 부품사가 될 수 있다”며 “자동차 부품사도 그렇지만 석유화학 등 (전통산업을) 규모화와 효율화시켜 좋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품으로) 팔 수 없는 인공지능(AI)을 국가 중심 정책으로 내세우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며 “(AI가) 들어가 있는 스마트카와 TV 같은 상품을 만들어야 하고 그래야 일자리가 생긴다. 정부가 뭘 해야 하는지 헛갈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참여정부의 지능형 로봇 육성책과 최근 서울시의 미세먼지 대책을 정책자금 집행의 좋은 사례로 꼽았다. 진 회장은 “2003년 지능형 로봇을 하자고 했더니 로봇 관련 회사가 1,000개 만들어졌다”며 “최근 서울시도 지하철 미세먼지 줄이려 예산 2,000억원을 책정했는데 그걸로 관련 회사가 100개 정도 생겼다”고 소개했다.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다섯 번 올랐다는 백두산 천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회사의 이름도 백두산 천지를 방문한 뒤 스카이레이크로 지었다. /이호재기자


진 회장이 PEF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 PEF는 기업의 경영권이나 주식 혹은 신종자본증권이나 전환사채(CB) 등을 사들인 뒤 경영에 참여하는 모험자본이다. 비효율적이던 기업의 체질개선을 통해 가치가 오르면 투자금을 회수할 뿐 아니라 기술발전 등 환경변화에 맞춰 기존 기업의 가치를 한 단계 더 높이기도 한다. 사모재간접 공모펀드 방식으로 설계된 뉴딜펀드의 경우도 PEF를 운용사(GP)로 앞세워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대기업에서 떨어져 나오든지, 중소기업이든지 (투자한 뒤에 보면) 내부 시스템이 골목가게와 비슷하다”며 “PEF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투자회사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바꾼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다. 진 회장은 “외국에서 온 패밀리레스토랑 중 우리가 인수한 아웃백만 승승장구하고 있다”며 “외식업이 서플라이체인(공급망)을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데, (우리가 인수한 뒤 아웃백은) 주말에 고객이 몇 명이 올지까지 예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카이레이크는 아웃백 투자금 회수를 위해 현재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 나아가 산업의 체질을 뒤바꾸는 PEF의 성장을 위해서는 출자자의 인식변화도 중요하다는 게 진 회장의 철학이다. 그는 “투자한 회사에 더 투자하는 게 좋은 전략인데 (블라인드펀드의) 투자기한이 3년이고 이후 4년 동안은 회수기간이라 추가 투자가 어렵다”며 “이런 걸림돌을 없애야 PEF가 잘될 것만 투자하는 행태가 사라진다”고 조언했다. 통상 국내 연기금 등의 출자를 통해 PEF를 조성하는 블라인드펀드의 경우 정관에 펀드의 존속기간을 대부분 7년으로 못 박는다. 반면 해외 PEF의 경우 최소 10년, 최장 12년간 블라인드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의 세계에서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주문도 내놓았다. 진 회장은 “포스트 팬데믹을 그려보면 소비시장이 정상으로 회복된다고 해도 팬데믹 이전의 80% 수준도 안 될 것”이라며 “미중 갈등으로 인해 지식재산권 보호 등을 이유로 중국에서 빠져나오는 제조회사를 한국으로 올 수 있게 하는 등에 뉴딜정책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상훈·조윤희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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