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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정책
'유보소득세' 타깃 줄어드나

비상장 중기 대다수 포함 우려에

산업부, 주요 업종별 의견 수렴

"적정 유보소득 기준 자의적" 지적

미국은 비사업 자산소득에만 적용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가 오는 2021년부터 신설될 ‘초과 유보소득 배당 간주 과세’에 대해 주요 업종별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기획재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대한 서울경제의 첫 지적 이후 업계를 중심으로 비상장 중소기업에 일반적으로 부과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산업부는 개인 유사법인의 초과 유보소득을 배당으로 간주해 배당소득세를 과세하는 방안과 관련해 업계의 의견을 종합한 뒤 검토 요청을 기재부에 전달할 방침이다. 앞서 기재부는 “일부 개인사업자들이 소득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법인을 설립·운영하고 있다”며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가 8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법인에 대해 배당을 하지 않고 유보금을 많이 쌓으면 과세하겠다고 밝혔다.

중기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주식 소유가 분산되지 않아 동일인 등의 80% 이상 지분 보유를 개인 유사법인으로 규정하면 대다수 중기가 포함될 것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비상장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회사 지분이 80% 이상인 기업이 49.3%였다.

또 기재부는 ‘적정 유보소득’을 ‘자본금의 10%’와 ‘유보소득에 배당 등을 합한 금액의 50%’ 중 높은 액수로 정했는데 이 역시 지나치게 자의적이어서 50%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의 한 회계 전문가는 “유보금 과세가 강화되면 연구개발(R&D)이나 투자재원을 주주 배당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기업 투자 확대에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계획대로 정기국회에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로 유보금을 쌓던 중소기업들이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소득세 회피(세율 6~42%)나 외제차 같은 과도한 경비처리 관행을 막겠다고 하나 가족기업에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우려도 크다. 자칫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로 법인 설립이 위축될 뿐 아니라 향후 손실이 났을 때 기납입한 세금을 환급해주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저항이 나타날 수 있다. 지분 일부에 대해 명의신탁을 하거나 비용처리를 늘리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현재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제도가 존재하는 국가는 미국(유보이익세제도), 일본(동족회사에 대한 유보금과세제도), 대만(미분배이익에 대한 과세제도) 등 소수에 그친다. 이마저도 미국은 모든 유보금액이 아닌 비사업 성격의 자산소득에 대해서만 적용하고 있어 ‘미배당분을 배당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기재부의 방침과는 차이가 크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업종 제한을 협소하게 해 경영 투명성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경비화하는 것을 견제하는 정도로 끝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대한상공회의소가 법안을 철회해달라는 의견서를 기재부에 제출했고 대한주택건설협회도 주택건설사업자에 대한 유보소득 과세 제외를 정부와 국회에 건의했다. 건설 업계는 주택 건설사업의 특성상 토지 매입 등 사업 추진을 위해 기업 내부에 유보금을 쌓아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양경숙 의원도 국회입법조사처에 의뢰해 제출받은 보고서를 통해 “무분별하게 유보소득세가 도입되면 기업 의지 약화 등 시장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시행령을 통해 과세기준과 제외범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세·회계 전문가들은 부족한 세수를 메우려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인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유보소득 과세는 과거에도 유사한 제도가 존재하다가 문제가 있어 폐지됐는데 모양만 달리해 다시 불러냈다”며 “배당 여부는 기업의 고유 판단 영역인데도 과세한다는 것은 세금을 조금이라도 쥐어짜 더 걷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법안이 처리되면 내년 1월 시행령을 마련해 구체적인 적용 대상을 확정할 예정이다. 다만 시행령의 윤곽을 미리 제시해 미적용 대상을 명확히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해외 사례와 기업 실태 등을 감안해 생산적 활동으로 유보가 불가피하면 기업 규모에 관계 없이 제외할 것”이라며 “2021년 사업연도 이후 발생하는 유보소득부터 적용된다”고 밝혔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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