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치다 시비…풀려난 협박범, 40여분 만에 여성 2명 살해

70대女 피해자들과 도박 시비

특수협박 혐의로 현행범 체포

경찰 "당시 구속 사유 없었다"

/연합뉴스

분당에서 70대 여성 2명을 살해한 용의자가 범행 직전 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경기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살인 혐의로 체포된 A(69·남)씨는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B(76·여)씨 아파트에서 주민 5~6명과 함께 화투를 치다 시비가 붙었다. 그는 이날 경찰에 “도박을 하고 있다”며 오후 8시 57분께부터 세 차례에 걸쳐 신고했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도박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A씨는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함께 도박했으니 체포하라”고 주장했고 이에 경찰은 “증거가 부족해 입건할 수 없다”고 설명한 뒤 철수했다.

그러자 A씨는 경찰에 다시 신고전화를 걸어 “내가 칼을 들고 있으니 체포해가라”고 말했다. 다시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은 오후 9시 25분께 A씨를 특수협박 혐의를 부여해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경찰서로 데려가 조사한 뒤 오후 11시 20분께 풀어줬다. 경찰은 “A씨가 혐의를 인정하고 주거가 일정하며 목격자 진술과 흉기 등 증거가 확보된 데다 고령이고 도주 우려가 적어 구속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22일 오전에 다시 출석하라고 말했다”고 석방 이유를 설명했다.



경찰서를 나와 집에 도착한 A씨는 40분쯤 뒤 흉기를 들고 B씨 집에 찾아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소주병과 흉기를 들고 나와 B씨 집으로 향했고, 20일 오전 7시 50분께 B씨는 집에서 C(73·여)씨와 함께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를 특수협박 혐의로 체포했을 당시 구속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A씨는 현재 살인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고 조사 중이다”라고 말했다.
/조교환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