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최근 4년간 대형마트 23곳이 폐점하면서 3만2,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에는 올 들어 9월까지 문을 닫은 롯데마트 8개 점포의 근로자 1만1,000여명이 포함됐다. 롯데마트는 연말까지 7개 점포를 추가로 폐점할 계획이어서 연내 9,620명이 또 실직하게 된다. 유통업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도 정부는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대형마트의 실적악화를 초래하며 일자리를 줄여 서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24일 한국유통학회가 최근 발표한 ‘정부의 유통규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 점포 1곳의 평균 매출이 500억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폐점 시 해당 점포 직원 945명, 인근 점포 직원 429명 등 총 1,374명의 고용이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945명의 실직자에는 마트에 직접 고용된 680여명과 납품업체 등의 간접고용 인원 250명이 포함된다.
2017년 이후 최근 4년간 마트 폐점은 가속화되고 있다. 2017년 이마트 3곳과 롯데마트 1곳(5,946명), 2018년 이마트 3곳과 홈플러스 2곳, 롯데 1곳(8,244명), 2019년 이마트 3곳과 롯데마트 2곳(6,870명)이 문을 닫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취약계층의 실직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서도 올해 롯데마트 8곳이 9월 현재 폐점했고 연내 7곳도 추가로 폐점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이로써 올해만 2만600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특히 강희태 롯데그룹 부회장이 밝힌 대로 롯데마트가 향후 3~5년간 50개 이상 폐점할 경우 최소 6만8,700명의 실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홈플러스 역시 이달 안산점, 대전 탄방점, 대전 둔산점 등 3개 점포의 매각을 결정했으며 내년에 추가로 대구점도 매각한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측은 “코로나19 사태, 대형마트 유통 규제로 정상적인 회사 운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노조는 점포 매각에 반대하며 이번 추석에 파업을 예고해 파열음이 일고 있다.
대형마트 업체들은 문 닫은 점포의 인력을 인근 점포로 재배치해 고용을 유지할 계획이지만 현실적으로 지역 간 이동이 쉽지 않은데다 직원을 모두 흡수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처럼 대형마트 폐점의 배경에는 정부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내세운 영업규제, 이커머스 유통사와의 경쟁 심화, 집객인원 감소, 코로나19의 여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신규 출점 규제, 의무휴업일 2일 지정, 영업시간 규제 등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이 지난 10년간 대형마트의 발목을 잡은 것이 직격탄이 됐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오는 11월23일 개정안의 효력 상실을 앞두고 전통상업보존구역, 의무휴업일,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를 다시 5년간 연장하기 위한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액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각각 1.2%, 4.9%, 2.9%로 성장세를 보였지만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이 시작된 2012년부터 2018년까지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마이너스 성장을 해왔다. 이마트는 급기야 2·4분기에 창사 이래 첫 적자와 영업이익 -67.4%를 기록했으며 롯데마트는 261억원의 적자를 냈다. 2012년 당시 대형마트 3사의 매출액은 34조원이었지만 지난해 32조원으로 오히려 뒷걸음질쳤으며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은 11.3%에서 8.7%로 줄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겪는 가운데 실직자 양산이 사회 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자리 창출에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는 마당에 지역 활성화와 고용 증가를 유발하는 대형마트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어느 집단에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심희정 라이프스타일 전문기자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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