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로 홈쇼핑을 즐길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대다수 이커머스 및 유통업체들이 앞다퉈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를 유통할 자체 플랫폼이 약한 탓에 줄줄이 네이버에 입점하고 있다. 네이버의 ‘쇼핑 라이브’가 출시 6개월 만에 시장의 주도권을 잡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이커머스 시장의 강자인 쿠팡이 라이브 커머스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후 어떤 선택을 내릴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23일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라이브 커머스 진출을 위해 전담팀을 구성하고, 경력자 채용에 나섰다. 아직 콘텐츠 형식이나 플랫폼 등 구체적인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쿠팡 측은 “차세대 라이브 커머스 솔루션을 구축해 쿠팡 고객의 경험과 삶을 향상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물류 시스템의 혁신을 이뤄낸 쿠팡이 동영상 기술까지 확보해 라이브 커머스에 뛰어든 이유는 라이브 커머스가 가진 성장성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라이브 커머스 성장 속도가 10년은 빨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2023년 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모바일 포맷에 적합한 형식의 콘텐츠이기 때문에 인터넷상에서 바이럴 되기에 유리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성장 가능성 때문에 티몬은 이미 지난 2017년부터 별도의 라이브 커머스 툴인 ‘티비온’을 지원하고 있다. 11번가도 아직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송출되는 라이브 커머스 콘텐츠를 ‘라이브11’ 탭에서 동시 송출하는 단계이지만, 내년 초 자체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 4월 자본금 260억원을 들려 영상 콘텐츠 자회사 ‘마인드마크’ 설립하고, 콘텐츠 자회사 2곳을 인수하는 등 자체 역량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독자적으로 라이브 커머스 역량 강화에 힘을 주고 있는 이들 또한 결국 네이버의 쇼핑 라이브에 입점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출시된 지 불과 6개월 만에 네이버 쇼핑 라이브가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특수로 폭풍 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준 네이버 쇼핑 라이브 기능을 이용한 판매자 수와 콘텐츠 수는 출시 시점인 올해 3월 대비 각각 10배, 12배 증가했다. 지난달부터는 라이브 커머스에서 발생한 매출의 3%를 수수료로 부과하고 있다.
다른 이커머스 업체와 차별화된 배송 시스템을 무기로 급성장 중인 쿠팡이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서는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쿠팡이 네이버라는 막강한 플랫폼에 올라타지 않고서도 라이브 커머스 사업에서 성과를 낸다면 쿠팡 자체로 쇼핑 플랫폼의 경쟁력을 인정받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미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일찌감치 네이버와 손잡고 쇼핑 라이브의 ‘백화점 라이브’ 카테고리에서 다양한 상품을 소개하는 방송을 하고 있다. 심지어 TV 홈쇼핑 사업자들까지 네이버 쇼핑 라이브에 입점했다. CJ오쇼핑은 쇼핑 라이브에서 가을·겨울 신상품을 공개하는 라이브 쇼케이스를 매주 진행하고 있고, 신세계TV쇼핑도 지난 21일부터 네이버쇼핑라이브에 입점해 매주 7~10회의 모바일 생방송을 스트리밍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에 대해 라이브 커머스 시장도 결국 네이버에 종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강력한 플랫폼과 기술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결국 라이브 커머스 시장도 네이버가 장악하게 될 것”이라며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백주원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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