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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눈부신 성취, 그 시작은 '만남'

[책꽂이-인간의 내밀한 역사]

■시어도어 젤딘 지음, 어크로스 펴냄





‘프랑스의 우상’ 아베 피에르 신부는 노숙자에게 주거지를 제공하는 ‘엠마우스 운동’의 창시자로 유명하다. 피에르 신부가 엠마우스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던 건 한 사람과의 만남 때문이었다. 살인자로 복역하다 석방된 한 남성은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피에르 신부를 만났다. 피에르 신부는 그와의 우연한 만남에서 영감을 받아 엠마우스 운동을 시작하게 됐고, 살인자는 신부를 도와 가치 있는 삶을 살게 됐다. 이 만남이 서로의 삶을 통째로 뒤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이다.

역사학자 시어도어 젤딘의 책 ‘인간의 내밀한 역사’는 고독, 사랑, 공포, 호기심, 연민, 대화법, 섹스와 요리법, 이성애와 동성애, 운명 등 다양하고 독특한 주제를 중심으로 인간의 마음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인류의 경험을 고찰한 책이다. 인류가 오랜 시간 근심해온 주제들의 기원을 추적하고, 그 문제들이 어떤 역사적 변천을 겪어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게 됐는지를 그려낸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평범한 삶이 노예제도의 역사로 확장되기도 하고 힌두교 사상이 현대인들의 고독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책은 ‘만남’이라는 화두를 통해 전개된다. 저자는 인류의 가장 눈부신 성취는 틈새 속 이질적인 사상과 문화의 만남에서 탄생해왔으며, 이것이 냉소와 증오로 얼룩진 세계에서 우리가 새겨야 할 가장 중요한 역사의 교훈이라고 강조한다. 인류는 새로운 형태의 사랑과 우정을 발명해내고 낯선 이에 대한 적대감에 저항해왔으며, 존경을 주고받는 관계를 끊임없이 모색하며 발전해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특히 역사적으로 상호 증오와 적개심을 표출해 온 것으로 알려진 종교 문제에 주목한다. 도교의 사원은 단순히 신을 모시는 장소가 아니라 온갖 사람들이 대화를 즐기는 사교의 장소로 활용됐으며, 초창기 250년 간 이슬람교는 각 개인의 이성과 코란 해석에 관해 상당한 자유를 허용했다. 코란에는 예수가 93차례나 언급되고, 가톨릭 성인 토마스 아퀴나스가 중세 이슬람 철학자 이븐시나를 251차례 언급했다는 사실을 통해 우리가 종교의 장벽을 넘어 다시 대화를 위해 노력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동안 역사의 결론처럼 받아들여지던 ‘인간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이며, 인간 사이의 갈등은 해소할 수 없다’는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저자는 오늘날 희망은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 토대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만남은 걱정과 근심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또한 희망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희망은 바로 인간다움의 원천이기도 하다.” 3만2,000원.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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