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요건이 3억원으로 정해지면 대주주의 매도물량이 쏟아지고 하락장 골이 깊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도 두 번이나 ‘주식투자자의 의욕을 꺾지 말라’고 하셨는데 기획재정부가 이걸 추진하는 것은 투자자들을 좌절시키는 행위입니다. 금융위원장도 반대하고 여당도 반대하고 주식투자자들도 대다수 반대하는데, 기재부가 왜 이걸 강행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25일 서울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주주 요건 완화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폭락장”이라며 “동학개미가 살린 주식시장을 기재부에서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그는 한투연 회원들과 세종시 기재부 청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주주 요건 완화를 비판하기 위해서다.
기재부는 세법상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부터 연말 기준으로 한 종목을 3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내년 4월부터 매도차익에 대해 최소 20%의 세율을 매기는 것이 골자다. 양도차익이 3억원 이상이면 25%의 양도세를 물게 된다.
증권가에선 과세를 피하기 위해 연말마다 ‘큰손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나타난다는 데에 주목하고 있다. 대주주 범위가 넓어지면 연말마다 ‘대주주 과세’를 피하기 위한 개인투자자들의 매도세 역시 더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 달 “대주주 요건 3억원으로 완화하는 것이 증시에 부정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올해 ‘동학개미’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특히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개인의 비중이 커진 가운데 대주주 요건까지 완화되면 연말 개인 매도세가 더 커지는 게 당연하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이로 인해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이 다시금 주식을 파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올해 동학개미들이 자금이 상당히 유입됐는데, 손실을 입고 주식시장을 떠나는 개인투자자가 또 생길 것”이라며 “동학개미가 신규 매수 세력으로 거듭나면서 지수를 견인해왔는데, 이들이 떠나게 되면 지긋지긋한 박스피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의도하는 ‘세수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개인투자자의 보유 주식 수가 줄어들면 양도소득세를 내는 사람도 얼마 안 되고 거래세 감소도 더 클 것이기 때문에 국고에 오히려 손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직계존비속과 배우자의 보유 주식을 합산해 대주주 요건을 따진다는 점에서 대주주 과세가 ‘현대판 연좌제’라고 강조했다. 가령 한 개인투자자 A씨가 삼성전자 주식을 2억원 보유하고 있는데, 그의 부친과 딸이 삼성전자를 6,000만원, 5,000만원씩 갖고 있다면 대주주 요건 3억원이 적용될 경우 A씨뿐 아니라 부친·딸 모두 삼성전자 ‘대주주’가 된다. 정 대표는 “어느 나라에서 할아버지부터 배우자, 손자까지 다 합산해서 현대판 ‘연좌제’로 대주주 요건 3억원을 두는 법을 시행하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서울 변두리 아파트 전세가격이 3억원 정도인데 현재 논리라면 부동산도 직계존비속 합쳐서 보유액이 3억원 이상이면 이를 합산해서 재벌세를 매겨야 하나”라며 “시중 유동자금이 증시로 몰리니까 기재부가 이를 오히려 부동산으로 돌리는 것 아닌가 싶다”라고 꼬집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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