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장이 곧 안정화될 것이라는 정부의 진단과 달리 서울 아파트 전세가 상승세는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준공된 지 40년이 넘은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에서도 9월 들어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재건축 단지는 연한이 오래된 만큼 전세가가 인근 단지보다 저렴했다. 하지만 재건축 아파트의 전셋값마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서민의 주거 부담이 가중됐다는 분석이다.
2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강남권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 전용 84.43㎡는 지난 18일 전세가 8억원에 실거래됐다. 은마 아파트의 해당 평형 전세가가 8억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용 84㎡ 전세가는 8월 6억원대에서 9월 들어 8억원대로 상승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노후 단지지만 전세 매물이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이외에 강남 노후 재건축 단지에서 전세 신고가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
압구정동의 ‘영동한양1차’도 19일 전용 63.87㎡가 7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5억~6억원대에 계약되던 평형이지만 9월 들어 전세 신고가를 경신한 것이다. 송파구 잠실동의 ‘잠실주공5단지’도 주로 4억~5억원대에 전세 거래되던 전용 82.51㎡가 이달 6억5,000만원에 전세 손바뀜이 이뤄졌다.
재건축 기준 연한을 훌쩍 넘긴 강남권 구축 아파트의 전세가까지 최근 급격히 오른 데는 정부 정책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6·17부동산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는 2년 실거주를 해야 입주권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 시켰다. 세를 놨던 집에 들어와 거주하려는 집주인들이 크게 늘었고 이에 따라 전세 매물이 귀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7월 말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골자로 하는 새 임대차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시장에 나와 있는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서울 전역의 전세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주거 선호도가 높은 강남3구 지역의 전세가 상승이 두드러진다.
최근 KB가 발표한 ‘9월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아파트의 ㎡당 평균 전세가는 1,026만4,000원을 기록했다. 전달 가격(998만8,000원)보다 2.8% 오르며 ㎡당 1,000만원대를 넘어선 것이다. 서초구도 917만6,000원으로 전달(903만6,000원)보다 1.66% 늘었고 송파구는 684만원에서 708만9,000원으로 오르며 ㎡당 700만원대를 돌파했다./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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