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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장사꾼’으로 불리던 노벨.."경지에 이른 재능이 삶을 풍요롭게 하느니…"

노벨상 메달 뒷면 문구..생전 노벨의 뜻과 일맥상통

다이너마이트가 전쟁터에서 사람 죽이는 것 괴로워해

5일 오후6시반 생리의학상, 6일 물리학상, 7일 화학상

노벨 과학상 '0' 한국에 올해는 행운의 여신 미소 짓나

역대 미국 271명, 일본 24명, 중국(대만포함) 3명 수상

노벨상 메달 앞면(왼쪽)과 노벨 생리·의학상 메달 뒷면.




“Inventas vitam juvat excoluisse per artes”(‘경지에 이른 재능이 삶을 풍요롭게 함’ 또는 ‘발명은 예술로 아름다워진 삶을 더 풍요롭게 함’)

노벨 생리·의학상 등 노벨 과학상의 메달 뒷면에 새겨진 글씨다. 희랍어로 된 이 문구는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드’에 나온다. 몰락하는 트로이의 백성을 다스릴 인물로 예언을 받은 아이네아스가 신의 가호를 받아 문명국 로마를 건설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노벨상은 스웨덴의 발명가 겸 기업가인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유산으로 만들어졌다. 노벨은 어려서부터 발명가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과학에 많은 흥미를 갖고 폭약에 관해 집중 연구한다. 거듭된 폭발사고의 위기를 극복하며 드디어 1887년 강력한 폭발성이 있으나 열과 충격에 매우 약해 ‘악마의 물질’이라 불리던 나이트로글리세린을 안전하게 만든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게 된다. 액체인 나이트로글리세린을 열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는 규조토에 흡수시켜 안전한 고체 형태의 폭약으로 바꾼 것이다.

다이너마이트는 금새 도로·다리·철도를 놓거나 광산 개발, 건축 현장은 물론 위험한 살상무기로도 널리 이용되며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하지만 노벨은 생전에 비서에게 자신이 개발한 발명품이 전쟁에 사용되며 많은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한 절망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1888년에는 한 프랑스 신문이 노벨의 형이 숨진 것을 착각해 ‘악마의 장사꾼 노벨, 러시아에서 죽다’는 부고 기사를 내자 충격을 받은 적도 있다. 9개국에 93개의 공장을 갖고 있던 그는 평생 독신으로 숨지기 한 해 전인 1895년 11월 일가친척 유산용으로는 20%만 남겨 놓은채 재산의 대부분을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에 기부한다는 유언장을 썼다. 가난한 이들에게 유산을 나눠줄 수도 있지만 좀 더 먼 미래를 보고 노벨상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노벨상 메달 뒷면의 문구도 실상 그의 이런 뜻과 일맥상통한 셈이다.

노벨재단은 이렇게 조성된 기부금에서 나온 이자로 1901년부터 매년 노벨상을 수여하고 있다. 생리·의학, 물리, 화학, 문학, 평화상을 만들었고 1969년 경제학상을 추가했다. 상금은 각 상마다 13억원에 달했다가 지금은 10억원대이다. 물리상, 화학상, 경제상은 스웨덴 학술원이, 생리·의학상은 스웨덴 카롤린의학연구소, 문학상은 스웨덴 예술원, 평화상은 노르웨이 국회가 선출한 5인위원회에서 각각 수상자를 정한다. 상은 생존자 개인에게 각 상별로 3명까지 주는데 평화상은 단체에도 줄 수 있다.



노벨상 시상식 장면. /노벨사이언스


올해는 5일 오후 6시반(한국시간)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6일 오후 6시45분 물리학상, 7일 오후 6시45분 화학상 등 과학상이 사흘 연속 발표된다. 이어 문학상(8일 오후 8시), 평화상(9일 오후 6시), 경제학상(12일 오후 6시45분) 순으로 수상자가 선보인다. 시상식은 매년 노벨이 숨진 날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되나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열리지 않는다. 대신 수상자들이 자국에서 상을 받는 장면이 TV로 중계된다. 다만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는 평화상 시상식은 예년보다 규모를 축소해 열리게 된다.

이 중 노벨 과학상 수상 국가별로 보면 지난해까지 미국이 271명(43%)으로 압도적으로 1위이며, 영국 90명(14%), 독일 70명(11%) 순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24명, 중국(대만 포함) 3명, 인도 2명, 파키스탄 1명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 故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평화상을 받았으나 아직 과학상은 받지 못했다. 지난해 한국연구재단은 논문 피인용 지수 등 정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나다 순으로)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 김필립 하버드대 교수,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 방영주 서울대 교수, 석상일 UNIST 교수, 유룡 KAIST 교수, 현택환 서울대 교수 등 17명을 노벨상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연구재단이 대학을 중심으로 과학자들에 대한 연구개발(R&D) 예산 기획과 배분, 평가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과학자 줄세우기’라는 비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당시 연구재단은 “노벨과학상은 논문 피인용 지수뿐 아니라 학계 내 연구네트워크와 인지도, 연구 주제의 독창성과 기술·사회적 파급력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 출신 미국 물리학자 故 이휘소 시카고대 교수(1935~1977)는 힉스 이론을 입증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이 유력시됐으나 교통사고로 숨지며 받지 못했다. 공동 연구자인 스티븐 와인버그 교수가 1979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으며 “이 상은 이휘소가 받아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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