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전의 올 3·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조6,408억원에 달한다. 한전은 1·2분기에 연속 흑자를 기록, 상반기 영업익이 8,204억원으로 집계돼 3·4분기까지 누적 이익은 3조원을 훌쩍 넘고, 연간으로는 4조~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역대 두 번째로 큰 1조2,76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해 탈원전 논란 속에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제기됐던 것과는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진 것이다.
한전의 실적 개선은 코로나19가 부른 저유가 때문이다. 한전의 실적은 전기 판매 수익과 연료비 및 전력구입비에 달려 있다. 코로나19로 산업 및 소비 활동이 줄어 한전의 매출인 전기 판매가 올 들어 2~3% 감소하기는 했지만 비용인 연료비와 전력구입비는 유가 급락으로 훨씬 더 많이 줄었다. 지난해 배럴당 60달러대 이상을 기록했던 유가는 올 들어 4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한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발전 연료비 및 전력구입비 감소는 국제유가 하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단가 하락이 5~6개월가량 시차를 두고 영향을 줘 3·4분기 실적부터 대폭 개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유가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 유행으로 번진 지난 3월 급락하기 시작해 4월에는 잠시 ‘마이너스’로 떨어질 만큼 폭락했는데 당시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하락이 한전의 3·4분기 대규모 흑자를 견인한 것이다. 에너지업계의 한 전문가는 “국제유가가 지금도 지난해의 3분의2 수준이고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한전이 큰 폭의 흑자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전의 흑자 행진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자 “연료비 연동제 도입의 적기”라는 주장은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싱크탱크는 물론 정부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2년 연속 한전의 대규모 적자로 전기요금 인상을 저울질해야 했던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의 대규모 흑자가 예상되자 요금 인상 문제에서 손을 뗐다. 오히려 연료비 연동제 도입시 전기요금 인하 폭을 따지며 주판알을 굴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국내 도시가스나 지역난방 요금에는 연료비 연동제가 적용되는데 전기요금만 빠져 있고, 이로 인해 에너지 낭비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 전기요금에도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강조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전기요금이 연료 가격에 따라 제값이 매겨지지 않아 쌀 때는 전기소비가 급증하면서 에너지 수요 왜곡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유가 하락으로 조(兆) 단위 흑자를 이어갈 수 있는 한전도 경영 안정성과 국제 추세를 고려해 연료비 연동제 도입에 적극적이다. 한전 관계자는 “국내총생산(GDP) 상위 30개국 중 전기요금에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사실상 없다”며 “국내 최대 공기업이 국제유가에 따라 경영 실적이 널뛰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고유가일 때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려 하면 전기요금을 올리려는 ‘꼼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것도 한전이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현시점에서 연료비 연동제를 검토하는 배경이다.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할 호기지만 국제유가가 급반등하는 때가 오면 국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는 막판 쟁점이다. 이에 대해 에너지 전문가는 산업부가 유가 상승분의 전기요금 반영에 상한선을 두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 연동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실제 도시가스 요금도 가격 상승 폭이 3%를 초과할 경우 두 달에 한번씩 단계적으로 반영해 급격한 요금 상승을 막고 있다.
/손철·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