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올해 3·4분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매출을 동시에 확대하며 분기 영업이익 12조3,000억원을 달성했다. 반도체 슈퍼 호황기로 불렸던 2018년 4·4분기의 10조8,000억원 이후 7분기 만의 10조원대 영업이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4분기에 매출 66조원에 영업이익 12조3,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6.45%, 영업이익은 58.10% 늘었다. 매출 52조9,700억원, 영업이익 8조1,500억원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던 직전분기보다도 좋은 실적을 올렸다.
반도체 슈퍼 호황기를 뛰어넘는 이번의 ‘어닝서프라이즈’는 글로벌 팬데믹 상황서 억눌려 있었던 소비가 되살아나면서 스마트폰과 가전 주력 제품의 판매가 호조를 보인 결과다. 삼성전자는 3분기 전략 스마트폰 모델인 갤럭시Z 플립 5G를 비롯해 갤럭시 노트20, 갤럭시Z 폴드2 등을 잇따라 출시했으며 국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갤럭시Z 플립·폴드2 등은 스마트폰 외형상의 변화를 주도하며 폴더블 시장을 선점한 상태다.
생활가전과 TV도 역대급 실적에 힘을 보탠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는 올해 긴 장마와 덥지 않은 여름으로 에어컨 매출이 부진했지만 지난 2분기까지 코로나19 락다운(이동제한) 등으로 억눌려있던 북미·유럽 등지의 펜트업 수요가 강하게 나타나며 프리미엄급 TV와 신 가전제품 등에서 기대 이상 선전했다. 여기에 각국 정부의 소비진작 정책과 집콕족의 가전수요가 더해지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사업부문은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화웨이 특수’의 덕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지난 9월 15일을 기점으로 자국 기술과 장비를 활용하는 반도체를 화웨이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이 때문에 반도체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화웨이의 긴급 주문이 삼성전자에 몰려, 지난 3분기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은 주력 제품인 서버용 D램 가격이 석 달째 재고과잉과 수요 부족으로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어 실적 부진이 점쳐졌다.
한편 이날 발표한 잠정 실적은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IFRS)에 의거해 추정한 결과로 아직 결산이 종료되지 않은 가운데 투자자들의 편의를 돕는 차원에서 제공된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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