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중고차 판매업에 진출해야 한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중고차를 거래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만들고 이 안에서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들과 차량 관리 정보 등을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대기업이 소상공인들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반발을 의식한 것이다.
지난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김동욱 현대차(005380) 전무는 “현재 중고차 시장은 가격 결정과 품질 평가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사업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또 “신차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000270)가 중고차 시장까지 진출한다는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사업의 범위에 대해서는 중기부, 중고차 단체 등과 충분히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기아차가 차에 관해 갖고 있는 노하우를 최대한 공유할 수 있도록 오픈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려는 것은 ‘중고차 인증 제도를 통한 소비자 신뢰 제고→차량 생애주기 전체 관리→브랜드 가치 제고→산업 경쟁력 확보 및 신차 판매 확대’와 같은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내와 달리 현대차는 진출한 해외 대부분 국가에서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다. 최근 해외에선 디지털로 중고차를 점검·판매하거나 빌려주는 등의 시장도 커지고 있다.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 허용 여부는 중기부가 결정한다. 이날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상생이 가능하다는 전제로 현대·기아차가 제시한 ‘오픈 플랫폼’ 형태의 중고차 거래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게 옳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떤 형태로든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박 장관은 “현대차가 중고차 판매를 통해 이익을 내겠다는 생각이라면 일이 성사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이익 없는 ‘이븐 포인트’로 산업경쟁력을 위해 사업하되, 기존 중고 판매업자들이 애프터서비스를 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을 현대·기아차에서 분담하는 형태라면 상생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지난해부터 중고차 판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5년간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진출을 막는 제도다.
기존 중고차 업체들의 반발은 변수다. 곽태훈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장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대기업이 진출하면 상생 가능성은 전혀 없다”면서 “전국 중소 중고차 매매업체 6,000여 곳과 종사 인원 5만5,000명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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