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잘 다녀오세요”
육아휴직에 돌아온 직원들을 유학 마치고 돌아왔다며 후하게 대접하는 기업이 있다. 이 기업에서 ‘유학’은 ‘어릴 유(幼)’와 ‘배울 학(學)’으로, 아이를 통해 배우는 시간을 의미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들의 ‘마블 시리즈’인 핑크퐁 콘텐츠 개발사인 스마트스터디는 육아휴직을 ‘유학’으로 이름 붙이고 법정 육아휴직 외에도 자체적으로 최대 1년 간의 무급휴직 제도를 마련했다. 스마트스터디 관계자는 “단순히 육아하는 시간을 넘어 아이의 입장에서 사고하는 법을 배워서 콘텐츠 기획력을 높일 수 있는 시간”이라며 “남녀 구분 없이 구성원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에 유학을 다녀온 유호진 스마트스터디 MD 실장은 “육아휴직을 들어갈 때 회사 차원에서 ‘유학’ 잘 다녀오라고 응원해줘서 마음 편히 출산과 육아에 전념할 수 있었다”며 “아이 낳고 키워보니 내 아이에게 주고 싶은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출산 전보다 의욕적으로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유 실장은 노래와 놀이를 곁들여 한글을 가르치고 싶다는 마음으로 핑크퐁 사운드워크북 한글 제품을 만들기도 했다.
직원이 유학을 끝나고 돌아오는 날에는 웰컴백 이벤트도 시행한다. 복직자의 집에 복직을 환영하는 선물들로 채운 차를 보내면 이를 타고 ‘금의환향’ 출근하는 형태다. 이같이 육아휴직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부여한 뒤부터 회사 측에서는 복직율이 크게 늘었다고 보고 있다. 2018년 12월 이후 육아휴직에 들어간 이들 중 100%가 복직했다. 스마트스터디 관계자는 “육아휴직을 쉬는 게 아니라 배우는 시간으로 여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직원들이 육아휴직에 갖고 있던 막연한 불안감이 해소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키즈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며 키즈 시장의 문을 두드린 미디어 커머스 스타트업 블랭크 코퍼레이션도 올해 2월 직장 어린이집 ‘블랭크 키즈’를 개원했다.
남대광 대표가 사비로 설립한 어린이집으로, 스타트업 직장 어린이집으로는 최초다. 푸르니보육지원재단에 위탁 교육을 운영해 유아 교육의 전문성을 확보했고 부모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종일반을 개설했다. 구성원이 회사를 통해 삶의 안정감을 느끼고 육아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울타리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최근에는 공유 오피스 스파크플러스와 협약을 맺고 스파크 플러스 직원은 물론 입주사 직원들의 자녀까지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대기업과 달리 직장 어린이집을 설립, 운영하기가 힘든 스타트업에 다니는 직원들도 아이를 맡길 곳 걱정 없이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게 스파크 플러스 측의 설명이다. 또 스파크플러스는 복직 이후에는 유연 출근제를 적용하고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스마트 워킹 제도를 실시해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회사가 정한 시간과 장소가 아닌 스스로 리듬에 맞춰 일의 효율을 발휘해 일할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출퇴근 및 업무 미팅 이동 시간을 절약해 육아하는 부모의 실질 업무 시간을 확보해주는 기업도 있다. 전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는 육아용품 전문기업 ‘코니바이에린’이다. 심지어 해외에 살아도 일할 수 있도록 해 총 직원 16명 중 5명이 해외에서 살면서 일을 하고 있다. 임이랑 코니바이에린 대표가 워킹맘으로서 회사를 다니며 겪었던 고충을 직원들은 반복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 일과 육아가 양립할 수 있는 ‘워크앤육아밸런스’를 지향하는 게 회사의 모토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육아를 하는 환경을 안정시켜주는 게 인적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인식하는 회사들이 늘어났다”며 “육아휴직 역시 쉬는 게 아니라 배우는 기간이라고 관점을 바꾸면서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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