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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레고는 공부 안하는 아이 장난감?…무궁무진한 창작예술이죠"

■ 김성완 하비앤토이 대표

전세계 20명뿐인 레고작가 타이틀 얻어

취미를 일로 삼은 '덕업일치'의 대명사

삼성반도체 공정·스타워즈 전투장면 등

정교하고 창조적인 작업으로 극찬세례

최근에는 고양이 주제 새 창작작품 전념

김성완 하비앤토이 대표./이호재기자.




“단순히 취미를 직업으로 가졌다는 호기심의 대상에서 이제는 예술가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도 작품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붓는 다른 작가들과 다르지 않거든요.”

한국 최초 ‘레고공인작가(LEGO Certified Professional·LCP)’인 김성완 하비앤토이 대표는 ‘덕질(취미)’을 직업으로 가진 ‘덕업일치’의 대명사로 자주 소개돼왔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졸업했고 첫 직장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하는 등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이 레고 블록을 쌓아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레고공인작가는 전 세계에 20여명밖에 없을 정도로 본사의 심사가 수년간 진행되는 등 타이틀을 얻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로 알려져 있다.

13일 경기도 부천 하비앤토이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취미가 아니라 예술의 경지로 발돋움하려는 사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취미에서 업을 지나 예술의 경지로 발돋움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고를 취미로 할 때 느끼는 즐거움만으로는 레고공인작가로서의 삶을 다 풀어낼 수 없다는 하소연이다. 그는 “고객이 작품을 의뢰했으면 정확히 고객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수정 작업 같은 것도 비일비재하고, 특히 기간이 정해진 작업이다 보니 마감시간을 맞추기 위해 때로는 밤샘 작업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취미로 만들 때는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 수 있었다”며 “프로 작가로서의 레고 작업은 고객의 만족을 최우선 가치로 둬야 한다. 이 점이 취미와 아티스트 작가로서 레고를 대하는 가장 다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여느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수익 창출’에 대한 부분은 그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김 대표는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저를 포함해 총 5명의 직원이 작업을 해왔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결국 저 혼자만 남았다”고 하소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만 아니었으면 각종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하고 의뢰가 들어왔을 테지만 오프라인 공연과 전시회가 사실상 열리지 않다 보니 잠시 직원들과의 이별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잠시 레고공인작가로서의 삶을 포기할까도 생각했다”며 “그래도 레고공인작가 타이틀을 힘겹게 얻었는데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정부 차원의 전시회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전에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우리나라 전통 칼을 만드는 장인들이 나왔다”며 “그분들을 조명해주고 이야기해주지 않는다면 장인의 명맥은 끊기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작가의 작품을 인정해주는 분야는 사실 ‘그림’ 정도”라며 “레고 작품 역시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레고 작가의 명맥이 끊기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조명해주고 전시회 기회도 많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완 하비앤토이 대표./이호재기자.


코로나19 때문에 작품활동에 차질이 생겼지만 김 대표가 몸담았던 산업계에서 김 대표를 찾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 대표의 첫 직장이었던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반도체 생산라인의 안정성을 알리기 위해 레고 블록으로 단일 라인 기준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인 경기도 평택 1라인을 김 대표의 레고 작품으로 알렸다. 김 대표가 만든 삼성전자 평택 1라인 모형은 1만5,000개의 블록으로 공조 시스템부터 반도체 설비, 웨이퍼, OHT(Overhead Hoist Transport)와 같은 자동화 시스템까지 클린룸의 내부 모습을 세밀하게 구현했다. 김 대표는 “제일기획 담당자가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연락을 주신 것으로 들었다”며 “레고공인작가로 활동하는 것을 알고 있으니 믿음이 있으셨는지 연락을 주셔서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라인뿐 아니라 김 대표는 다양한 기업들과 함께 레고를 통해 공장 모형을 구현해냈다. 하지만 공장의 기계 배치 등이 전부 다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대중에게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기회는 없었다. 통상 내부 임직원용으로 모형이 제작됐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제가 삼성전자 공장만 만든 것이 아니다”라며 “삼성전자·LG전자·두산과도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같은 건축 모형이더라도 레고로 표현한다면 재미도 있을뿐더러 이해도 쉽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가 김 대표를 찾는 것은 김 대표가 ‘디오라마’ 분야의 권위자이기 때문이다. 디오라마는 풍경이나 그림을 배경으로 두고 축소 모형을 설치해 역사적 사건이나 자연풍경, 도시 경관 등 특정한 장면을 만들거나 배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 대표의 대표적 디오라마 작품이 스타워즈 ‘트렌치 런’이다. 이 작품은 김 대표와 하비앤토이 직원들이 6개월간 만든 작품이다. 8만여개에 가까운 레고 브릭이 투입됐고 발광다이오드(LED) 작업도 추가돼 영화 속 장면을 생생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문화계에서는 스타워즈의 에피소드 가운데 유명한 장면을 레고로만 구현한 김 대표의 작품에 대해 극찬을 내놓았다. 레고 작품에 대한 관심도를 크게 상승시키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김성완 하비앤토이 대표./이호재기자.


한국사회 레고에 대한 부정적 편견 여전

다양한 전시회 통해 인지도 높이고 싶어



대중과 소통 위해 유튜브채널도 준비중

레고도 엄연한 예술품으로 인정 받아야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줬으면



현재 김 대표는 영화의 한 장면을 표현하는 디오라마 분야를 넘어 창작 작품을 추구하고 있다. 그는 “스타워즈처럼 영화 작품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해왔다”며 “하지만 이런 것들이 보통 의뢰를 받아 제작한 것들이었다. 이제부터는 창작품으로 주제를 선정해 저만의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최근 김 대표는 대중에게 친숙한 고양이를 주제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대표가 고양이 작품에서 중점을 두고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고양이와 사람 사이의 유대감이다. 단순히 고양이만 표현해서는 박물관에 전시된 ‘박제 동물’의 이미지만 남게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김 대표의 고양이 작품에는 인간의 신체, 로봇청소기, 라디에이터 등 집 안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담겨 있다. 김 대표는 “고양이와 인간의 교집합을 작품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고양이를 주제로 선택한 것은 레고 작품을 통해 웃음을 주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김 대표는 “레고는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취미이기 때문에 레고 작품을 감상하는 것 역시 남녀노소가 와서 편하고 즐겁게 보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일반 예술작품처럼 진지하게 감상하거나 봐도 의미를 찾지 못하는 작품이 아니라 딱 보고 웃음을 전달하는 게 포인트다. 사람들이 보고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향후 김 대표는 유튜브 채널 개설 등을 통해 대중과 더욱 가까워지려는 시도를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는 열심히 작업만 해왔다”면서도 “코로나19가 끝나기만을 기다렸지만 언제 정리될지 모르겠다. 이제는 비대면이 사회 트렌드로 자리 잡은 만큼 유튜브를 통해 대중과 만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미 유튜브 방송을 위한 방송장비까지 갖춰뒀다고 귀띔했다.

김 대표가 대중과 더 가까워지려는 것은 아직 레고 작품에 대한 인지도와 편견 때문이다. 김 대표는 “중국은 한국보다 레고가 늦게 들어왔는데도 전시회 등 레고 시장이 더욱 활발하다”며 “아직 한국은 브릭아티스트에 대한 개념이 낮아 전시회에 출품해도 다른 분야의 작가처럼 수익을 얻을 수 없다. 해외와 비교해보면 아직 열악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아직 한국 사회가 레고에 대한 편견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예전에 만화는 공부 안 하는 애들이 보는 거였지만 지금은 성인들 중 웹툰을 안 보는 사람이 없다”며 “레고 역시 공부 안 하는 애들이 하는 취미라는 인식이 강하다. 아직 장난감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국내에서 좀 더 레고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좋겠다”며 “다양한 전시회를 열고 작품활동을 통해 대중에게 다가가 인지도를 높이고 싶다. 그런 후에 브릭 작품에 대해서만큼은 선진국인 해외에 진출해 한국 레고 작품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김성완 하비앤토이 대표./이호재기자.


◇he is…

△1999년 KAIST 전산학과 석사 △2004년 KAIST 전산학과 박사 수료 △2004~2006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2000년 레고 커뮤니티 ‘브릭인사이드(Brickinside)’ 설립 △2008년 레고 블록을 이용한 전시모형 제작회사 ‘하비앤토이(Hobby&Toy)’ 설립 △2013년 창작 전시회 ‘브릭코리아(BricKorea)’ 설립 및 매년 개최 △2017년 국내 최초 레고공인작가 등록, 국내 최초 브릭아트 테마마크 ‘브릭캠퍼스 제주’ 자문 및 참여 △2019년 브릭아트 테마파크 ‘브릭캠퍼스 서울’ 참여, 소마미술관 ‘조각조각’ 전시회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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