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올해 말까지 월평균 신용대출 증가폭을 2조원대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최근 은행권 신용대출 증가폭이 월평균 4조원에 육박했던 것을 고려하면 그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서약한 셈이다. 급증세를 보여온 신용대출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갈 것을 우려한 정부가 은행들에 관리 강화를 주문한 결과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총량관리 계획’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올해 12월 말까지 월별 신용대출 증가폭을 2조원대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앞서 인터넷전문은행을 포함한 18개 은행은 지난달 말 금감원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와 올해 신용대출 잔액 현황과 대출한도·금리 조정 및 증가율 관리 목표 등 구체적인 총량관리 계획을 마련했다.
이는 신용대출 폭증세를 두고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자체 관리 노력’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은행권의 신용대출 잔액은 6~7월 연속 3조원 넘게 늘어나며 해당 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고 8월에는 한 달 만에 5조3,000억원 급증하며 16년 만에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청와대와 정부는 특히 고소득자의 거액 신용대출이 주로 부동산 대출규제를 우회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봤다. 실제 금융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8월 금융위에 “신용대출을 통해 부동산 대책 효과를 하락시키는 행위를 조치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고소득·고신용자가 소득의 2~3배 수준으로 많은 금액을 빌리는 데 대해 보수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고 은행별 신용대출 관리계획을 제출받았다.
은행권은 신용대출 증가세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대출한도와 우대금리를 축소하겠다고 당국에 밝혔다. 상품별 최대 대출한도를 2~4억원에서 1억5,000만~2억원 수준으로, 신용등급 1~2등급의 고신용자 기준 연소득 대비 대출한도 비율은 최대 200%에서 150% 이내로 줄인다. 우대금리도 은행별로 10~40bp(1bp=0.01%포인트) 줄이겠다고 했다.
이미 주요 시중은행은 주력 신용대출 상품의 대출 한도와 금리를 조정했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와 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최근 직장인 및 전문직 대상 신용대출 상품의 대출한도를 최대 절반으로 줄이거나 대출금리를 인상했고, 신한은행도 오는 19일부터 전문직군의 소득 대비 신용대출 한도를 기존 300%에서 200%로 축소할 예정이다. 다만 일부 은행은 고소득 전문직뿐 아니라 일반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상품 전반의 대출 조건을 강화하고 있어 생활자금을 빌리려는 서민들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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