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시간 중 이슬람교 풍자만화를 보여준 중학교 교사가 참수돼 프랑스 전역이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사건 발생 전 이 학교의 학부모가 해당 교사의 이름과 학교 주소를 소셜미디어에 공개해 불만을 드러낸 사실이 밝혀졌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대테러검찰청(PNAT)의 장 프랑수아 리카르 검사는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학부모는 교사의 해고를 요구한 학생과 함께 체포된 상태다. 다만 검찰은 사건의 용의자가 학교나 학생 또는 학부모와 연관이 있는지,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교사의 신상을 나타낸 글에 자극받아 범행을 저질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날 오후 5시경 수도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30㎞ 떨어진 이블린주 콩플랑 생토노린 학교 인근 거리에서 중학교 역사 교사인 사뮤엘 프티(47)가 참수된 채 발견됐다. 프티는 이달 초 12∼14세 학생에 언론의 자유에 관해 가르치면서 이슬람교 창시자인 선지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보여줬다. 지난 2015년 알제리계 무슬림 청년 2명의 총기 난사에 의해 12명이 사망한 사건을 촉발시킨 만평이다.
이후 몇몇 학부모가 불만을 나타냈고, 한 여학생의 부친은 프티의 해고와 함께 그에 대응할 것을 촉구하는 온라인 캠페인을 벌였다. 여학생과 부친은 프티를 고소했고, 이에 프티는 명예훼손으로 맞대응했다. 갈등이 격화되자 여학생의 부친은 프티의 이름과 학교 주소를 소셜미디어에 공개했고, 며칠 뒤에 이번 참극이 벌어졌다.
검찰은 프티를 살해한 이가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체첸 출신 청년 압둘라 A(18)라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에 난민 신분으로 머물러왔다. 그는 사건 발생 당일 오후에 학교 근처에서 누가 프티인지 학생들에게 묻고 다니는 모습이 목격됐다. 프티를 살해한 그는 달아나기 시작했고, 경찰은 그가 명령에 불응하자 9발의 총탄을 발포했다. 압둘라는 살해 현장 인근에서 숨졌다.
검찰은 용의자가 칼과 공기총, 5통의 탄창을 가지고 있었고, 추격하던 경찰을 향해 총기를 발사하고 칼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용의자 휴대전화에서는 프티의 사진과 함께 자신의 살인을 인정하는 메시지가 발견됐다. 용의자는 이전 프랑스 정부 당국의 주의 대상에 오르지 않은 인물로 나타났다. 리카르 검사는 이번 살인이 “프랑스가 직면하고 있는 매우 위험한 수준의 테러리스트 위협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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