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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장관님, 로또 아파트가 좋습니까"

권구찬 선임기자

청약제가 공정한지 오래된 의문은

文정부들어 아파트값 급등에 폭발

규제가 낳은 불로소득의 당첨자 독식

정의로운지 김현미 장관이 대답해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서 나온 가수 나훈아의 ‘테스형’ 노래를 듣고 웃음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권구찬 선임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여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지만 의당 있어야 하는데도 없는 대책이 있다. 로또 아파트의 폐해다. 청약 과열이 투기성 수요를 자극하는 주범으로 꼽히는데도 말이다. 30대의 ‘영끌’이나 ‘패닉바잉’도 로또 아파트에 몰려든 청약 광풍이 부추긴 측면이 크다. 서울 강남 분양시장에서는 당첨만 되면 앉은 자리에서 10억원쯤 챙길 수 있다고 하니 어느 누가 묵묵히 일할 의욕이 나겠나. 10억원은 4인 기준 도시근로자 가계가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13년 동안 모아야 할 큰돈이다. 이쯤 되면 주택은 소유가 아닌 주거의 개념으로 바꿔야 한다는 말은 공허할 따름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신축 아파트의 로또화에 날개를 달아줬다. 공급 절벽에 희소성까지 겹쳤다. 이달 말 분양하는 과천과 위례 등 준강남권 아파트는 말 그대로 반값 아파트다. 수요층이 가장 두터운 전용 84㎡ 아파트의 당첨 프리미엄은 과천 10억원, 위례 7억원선이라고 한다. 지금은 아파트의 로또화가 국지적 현상에 그치지만 3기 신도시와 서울 공공택지에서 사전청약 물량부터 쏟아지면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

주택청약제도는 부동산이 가계 자산의 80%쯤 되는 우리 사회에서는 사실상 자산 분배 역할을 한다. 청약제를 두고 다들 이런저런 불만이 쏟아져 나오는 연유다. 청약제가 공정한지 오래된 의문은 현 정부 들어 집값이 급등하자 폭발했다. 분노의 주역은 2030 세대다. 무주택 기간이 짧은 젊은 세대로서는 현행 가점제 청약은 넘사벽이다. ‘청포자’ ‘이생집망’이라는 자조의 목소리가 넘쳐난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가점제에서 소외된 신혼부부 등 특별공급 대상을 점차 확대해왔다. 이것도 모자라 지난주에는 맞벌이 부부 소득기준을 연봉 1억원까지 확 낮췄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신혼부부 92%가 특별공급 대상자가 된다”며 정책 효과를 자랑했지만 비혼·미혼 무주택 가구의 절망감을 아는지 모르겠다. 소득 문턱을 낮추는 것이 현 정부가 국정 화두로 삼은 정의와 공정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다.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원형인 존 롤스의 정의론대로 하자면 우리 사회의 가장 빈곤층인 노인 특별공급제를 신설해야 할 것이다. ‘찐로또’일수록 무주택 금수저의 잔치가 된 현실은 한편의 부조리극을 보는 듯하다. 원룸과 다세대 주택을 사서 살림을 꾸린 신혼부부는 또 어쩌라는 말인가.

청약제의 공정성을 따진다면 밑도 끝도 없다. 문제의 뿌리는 분배의 정의가 아니라 당첨 차익이다. 현실적 해법은 채권입찰제 도입이다. 문 대통령이 말한 대로 주택가격의 원상회복은 요원해 보이고 분양가 상한제만큼은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하니 대안으로 삼자는 말이다. 시세차익 일부를 환수해 공공주택 건립재원으로 활용하는 채권입찰제는 과거 분양가 통제와 한 묶음이었다. 1기 신도시를 분양할 때 그랬고 분양가 상한제를 부활한 참여정부 역시 판교 로또에 채권을 쓰도록 했다. 채권입찰제가 실수요자의 부담을 늘리는 부작용이 있지만 그런 단점이 로또 아파트 폐해만큼이나 클지는 의문이다.

수도권 청약대기자가 자그마치 1,400만명이 넘는다. 한 해 20만가구씩 분양하더라도 대기자 소진에 70년이 걸린다. 특별공급과 가점제 수혜자를 빼면 그야말로 아파트 당첨은 하늘의 별 따기다. 복권 로또가 국가가 공인한 사행 산업이라지만 공공재 성격이 다분한 주택이라는 재화의 배분을 두고 희망고문이라니. 희망고문은 국민을 우습게 아는, 가장 나쁜 포퓰리즘이다. 분양가 규제로 초래한 불로소득이 정의로운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5월 3기 신도시를 추가 지정하면서 신도시 입지가 강남수요 흡수에 부족하지 않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강남이 좋습니까”라고. 김 장관에게 묻는다. “로또 아파트가 좋습니까.” chan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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