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500년 역사에서 위대한 왕을 꼽으라 하면 단연 세종과 정조를 들 수 있다. 조선 최고의 왕으로 ‘대왕’의 칭호까지 받은 세종, 학문과 예술의 부흥으로 조선의 르네상스를 완성시킨 정조. 이들의 공통된 키워드는 바로 ‘소통’이었다.
세종은 재위 32년간 ‘경연’을 1,800회나 열었다고 한다. 경연은 요즘 말로 ‘세미나식 어전회의’이다. 재위 기간을 감안하면 세종은 중요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한 달 평균 5회 이상 대소신료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진 셈이다. 사실 한글도 백성들이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고 볼 수 있다. 말과 글이 달라 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백성들을 향한 ‘애민’의 마음에서 위대한 우리글이 탄생한 것이다.
정조는 어려서부터 온통 정적들 틈에서 자랐지만 소통의 힘으로 정적마저도 자기편으로 만들었다. 가장 적대 관계에 있던 노론 벽파와의 비밀편지가 350여통에 달한다고 하니 정적까지도 마음으로 품은 소통 방식이 놀라울 뿐이다. 또 정조는 능행차를 자주 나가 백성들이 징·꽹과리를 두드려 억울함을 호소하는 ‘격쟁’을 장려했다. 기강을 위태롭게 한다는 신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고할 데 없는 저 불쌍한 백성, 저들은 실로 죄가 없다. 그렇게 만든 자들이 죄인”이라며 백성들의 소리 하나하나에 귀 기울인 결과 격쟁의 건수가 1,300여건으로 이전보다 두세 배 늘었다고 한다.
역사 속 위인들에게만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심에 서 있는 우리에게도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어쩌면 숙명적으로 언택트 환경에 더욱 익숙해져야 할 미래에는 소통이라는 단어가 삶의 다른 의미로 재해석될 것이다.
병무청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국민과 ‘소통’하고 있다. 대학생·곰신(입대한 남자친구가 있는 여성)·부모 등 다양한 계층과 소통하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청춘예찬 기자단’을 선발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병역이행 현장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춘 홍보로 병무청이 국민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귀가 두 개이고 입이 하나인 이유는 ‘말보다는 경청(傾聽)이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경청의 ‘청(聽)’자는 여러 부수의 글자가 모여 이뤄져 있다. 귀(耳), 임금(王)을 합해 듣는 것이 왕처럼 중요하다는 것을 뜻하고 열(十), 눈(目)을 합해 열 개의 눈으로 보는 듯해야 함을 뜻하며, 하나(一), 마음(心)이 더해져 하나의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앞으로 병무청은 국민 한 명의 목소리에도 세심하게 귀를 기울여 경청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의 병무행정을 실현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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