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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본관 머릿돌 글씨 '이토 히로부미'가 썼다

문화재청, 전문가 조사 결과

"이토 서체의 특징 갖추고 있어"

글 삭제 신청땐 의견수렴·심의

사적 제280호로 지정된 ‘서울 한국은행 본관’ 정초석의 현재 모습. /사진제공=문화재청




일본 하마마츠시 시립중앙도서관이 소장한 이토 히로부미의 붓글씨 자료. /사진출처=하마마츠시 문화유산 디지털아카이브


서울 한국은행 본관의 머릿돌인 정초석의 ‘정초(定礎)’글씨가 조선의 을사늑약을 강요한 일본의 정치인 이토 히로부미(1841~1909)의 글씨로 확인됐다. ‘이등박문(伊藤博文)’이라고도 불리는 이토 히로부미는 고종의 강제 퇴위를 이끌었으며 후일 안중근 의사가 대한의군 참모중장으로서 그를 사살했다.

문화재청은 사적 제280호 ‘서울 한국은행 본관’의 정초 글씨에 대한 문제 제기와 국민적 관심에 따른 전문가 현지조사 결과를 21일 공개했다. 문화재청은 “지금까지 입수된 ‘일본 하마마츠시 시립중앙도서관 누리집’에 있는 이토 히로부미 붓글씨와 최근에 확보된 1918년 조선은행이 간행한 영문잡지 ‘조선과 만주의 경제 개요’(Economic outlines of Chosen and Manchuria)’에 게재된 이토의 친필로 만들어졌다는 설명, 이등박문 이름이 새겨진 당시의 정초석 사진 등 관련 자료를 참고했다”면서 “이토 히로부미의 먹으로 쓴 글씨,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비스듬하게 내려쓴 획 등을 종합해 볼 때 이토 히로부미의 글씨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고스란히 가진 그의 글씨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울 한국은행 본관은 지난 1907년에 착공해 1909년 정초 후, 1912년 조선은행 본점으로 준공된 건축물이다. 일제는 이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 침탈을 자행했다. 정초석 글씨가 이토 히로부미의 친필로 확인됨으로써 은행 설립 초기부터 일본이 경제침탈을 계획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건물은 광복 후 1950년 한국은행 본관이 됐고, 1987년에 신관이 건립되면서 현재는 화폐박물관으로 사용 중이다.

1918년 조선은행이 간행한 영문잡지. /사진제공=문화재청




문화재청은 이와 함께 “글씨를 돌에 새기는 과정에서 획 사이가 떨어져 있어야 하는 부분이 붙어 있는 등 획을 정교하게 처리하지 못한 점, 붓 지나간 자리에 비백(빗자루로 쓴 자리같이 보이는 서체)을 살리지 못한 점 등 일부 필획에서 서예의 특징을 잘 살리지 못하는 등 정교함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특이사항으로 정초석에서 정초 일자(초석을 설치한 날짜)와 이등박문 이름을 지우고 새로 새긴 ‘융희(隆熙) 3년 7월 11일’(1909년7월11일에 해당)의 글씨가 이승만 대통령의 필치로 보인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 점에 대해 문화재청 측 관계자는 “그 부분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는 상태”라며 “아마도 해방 이후 일본 잔재를 없애고 민족적 정기를 나타내기 위해 이승만이 특별히 써서 석공이 새긴 것이라 추정된다”고 말했다.

안중근 의사.


문화재청은 이번에 확인된 정초석 글씨에 대한 고증결과를 서울시(중구청)와 한국은행에 통보할 예정이다. 만약 한국은행이 내부 검토 후 정초석 글씨에 대한 안내판 설치나 ‘정초’ 글 삭제 등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한다면 문화재청은 관계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수렴과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종합적으로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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