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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수된 프랑스 교사에 최고 훈장 '레지옹 도뇌르' 수여

국가추도식에서 수여 예정…전·현직 대통령 참석

마크롱 "이번 사건에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연루"

연루 단체 강제 해산 21일 국무회의서 의결할듯

지난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툴루즈 시청 앞 광장이 이슬람교 풍자 만화를 보여준 뒤 살해된 중학교 교사 사뮈엘 파티를 추모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AFP연합뉴스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한 수업에서 이슬람교 풍자만화를 보여준 뒤 길거리에서 목이 잘린 채 발견된 프랑스 교사에게 최고 훈장이 수여된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 사건에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가 연루됐다며, 이들을 강제 해산하겠다고 발표했다.

20일(현지시간) 현지매체 르피가로에 따르면 장 미셸-블랑케 프랑스 교육부 장관은 “우리는 그의 순교를 길이 기억해야 한다”며 다음날 열릴 국가 추도식에서 중학교 역사·지리 교사 사뮈엘 파티(47)에게 레지옹 도뇌르(Legion d’Honneur)를 수여한다고 밝혔다. 레지옹 도뇌르는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프랑스의 정치와 경제, 문화, 종교 등 분야에 공을 세운 사람에게 주어지는 훈장으로, 2015년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실린 이슬람교 풍자만화를 그린 후 살해당한 만화가도 이 훈장을 받았다.

지난 16일 파리 외곽에서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던 파티는 학교 인근 길거리에서 참수된 채 발견됐다. 용의자는 체첸 출신의 청년 압둘라 A(18)로, 그는 범행 직후 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친 것으로 전해졌으며, 체포 과정에서 경찰의 명령에 불복해 사살됐다. 살해된 교사는 최근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한 수업에서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실린 이슬람교 풍자만화를 보여줬다. 이후 몇몇 학부모가 불만을 나타냈고, 한 여학생의 부친은 교사의 해고와 함께 그에 대응할 것을 촉구하는 온라인 캠페인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여학생의 부친은 교사의 이름과 학교 주소를 소셜미디어에 공개했고, 며칠 뒤 이번 참극이 발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EPA연합뉴스




사건 이후 수도 파리는 물론 리옹, 마르세유 등 전국 곳곳에서 추모 시위가 벌어졌고, 프랑스 정부는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를 향해 칼을 뽑아 들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교사 참수 사건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지지하는 단체 ‘셰이크 야신’이 연관돼있다며, 다음날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이 단체의 해산을 의결하겠다고 밝혔다. 셰이크 야신은 현재 사법당국에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는 이슬람 급진주의자 압둘하킴 세프뤼가 만든 단체다. 현재 세프뤼는 파티를 비난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날 하원에 출석한 장 카스텍스 총리 역시 이슬람 급진주의와 관련있는 모든 협회를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도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슬람혐오주의 반대단체(CCIF), 바라카시티와 같은 단체는 해산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다음날 열리는 국가 추도식에는 마크롱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 이슬람교도를 대표하는 무슬림평의회(CFCM)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정부는 주로 나폴레옹 묘역이 있는 앵발리드나 국가 위인들을 안치한 팡테옹 등에서 국가 추도식을 개최해왔으나, 이번에는 고인이 남긴 발자취를 헤아려 계몽과 지성을 상징하는 소르본 대학을 택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소르본 대학이 “지식의 사원”이자 “프랑스가 배출한 천재들의 고향”으로서 “지난 수백 년간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표출해온 상징적인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추도식의 참석 인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300∼500명으로 제한된다. 대신 대학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실시간 중계될 예정이다. 다만 현재 파리에서는 오후 9시부터 야간 통행이 금지되기 때문에 행사는 1시간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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