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은 북한의 총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산하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씨가 인터넷 도박에 깊이 몰입돼 있었으며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22일 밝혔다.
김태균 해양경찰청 형사과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A씨는 2차례에 걸쳐 꽃게 구매 대행 대금을 받았는데 모두 도박 자금으로 사용했다”며 “(실종 전날인) 9월 20일 당직 1시간 전까지도 마지막 남은 도박자금을 탕진했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공무원 이씨가 실종 전 출동 도중 어업지도선 동료와 지인 등 30여명으로부터 꽃게를 사주겠다며 꽃게 대금을 입금 받고, 당일 도박계좌로 송금(배팅)하여 도박을 한 사실, 수억 원대의 인터넷 도박을 해 온 사실도 공개했다.
또 해경은 “실종자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붉은 색 계열의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실종자의 침실에 총 3개의 구명조끼가 보관 돼 있었다는 직전에 침실을 사용했던 직원의 진술이 있었다”고 밝혔다. 해경은 “B형(붉은색)의 구명조끼가 침실에서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보아 이 B형 구명조끼 착용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여지나 무궁화10호 구명조끼에 대한 정확한 관리가 되지 않아 특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해경이 공무원 이씨가 ‘월북’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 브리핑을 열자 이씨의 형 이래진 씨는 “오늘 내일 중으로 반박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이래진 씨는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해경 브리핑에 대해 “추정으로만 쓴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처음에 해경이 했던 발표와 똑같은 내용”이라며 “빨간 색 구명조끼(라이프자켓)를 착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는데 (관리가)제대로 됐는지 안됐는지도 모르고 추정으로만 쓴 소설”이라고 반박했다.
이래진 씨는 공무원 이 씨의 도박 빚과 관련된 브리핑에 대해서도 “(동생의) 개인 회생과 관련된 정보를 변호사가 분석 중”이라며 “반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래진 씨는 “이런 내용을 공개하려고 비공개로 브리핑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내가) 실족의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하니까 화들짝 놀라 이런 것 같은데, 우리나라 해경이 숨어서 기자회견을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래진 씨는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공무원 이씨가 ‘익사 심정지’ 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공무원 이 씨가 30시간 동안 해상에 표류해 기운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2시간 가량 배로 그를 끌고 다녔는데, 그 과정에서 익사했을 것이라는 게 이래진 씨의 주장이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을 써서 여당과 대립각을 세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도 정부의 ‘어업지도원 이씨 피살 사건’에 대한 태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임 교수는 21일 “총격을 가한 집단에 항의하기는커녕 도박빚 같은 사생활을 들춰내 오히려 죽은 사람을 모욕한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임 교수는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부는 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고 국민의 생명을 앗은 자와 집단에 항의할 의무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해당 사건을 지난 1985년 경원대(지금의 가천대) 학생인 송광영이 분신 자살하자 ‘불량한 성적’에서 그 이유를 찾은 국가의 태도와 비교했다. 당시 송씨는 재학 중 “광주학살을 책임지고 전두환은 물러가라”고 외치며 분신했고, 경찰은 이 사건을 ‘성적 불량에 의한 비관 자살’로 처리했다.
임 교수는 “도박 빚 때문에 월북 의사를 가지게 됐다면 그 또한 국가의 책임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한 번 실패하면 다시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도록 한 사회시스템의 문제”라며 “도박 빚이 있다고 해서 시민권을 박탈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도박 빚은 국가가 갖는 국민 생명 보호의무의 면책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