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북한이 핵능력을 축소하겠다는 전제조건에 동의해야만 만나겠다면서 대북 유화책에 관심이 없다는 뜻을 시사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깡패(thug)”라고 부르고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에 간접적으로 빗대면서 북한의 명확한 선조치 없이는 관계 개선에 나서지 않을 뜻임을 나타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 테네시주 내슈빌 벨몬트대에서 열린 마지막 TV토론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기 위한 조건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반도는 비핵화지대”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깡패를 좋은 친구라고 한다”며 “트럼프가 북한을 합법화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어 했지만 안 됐다며 “나는 김 위원장과 사이가 매우 좋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전쟁으로 수백만명이 죽었을 것이다. 서울에만 3,200만명이 산다”고 주장했다. 서울 인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실수로 보인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안보, 러시아 스캔들, 인종 문제 등을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특히 이번 대선 최대 이슈 중 하나인 코로나19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이 몇 주 내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고 바이든 후보는 “그처럼 많은 죽음에 대해 책임 있는 사람은 누구든 미국의 대통령으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정면 비판했다.
이날 두 후보는 현안마다 충돌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의 발언 도중 마구 끼어들며 난장판이 된 지난달 29일의 1차 TV토론과는 분위기가 달라졌고 보다 실질적인 논쟁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토론은 첫 토론 이후 23일 만에 실시됐으며 오는 11월3일 대선 전 마지막으로 두 후보가 한무대에서 벌인 ‘맞짱 토론’이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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