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백상논단]노벨상과 유니콘기업이 가능하려면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회장, 서울대 명예교수>

내년 국가 R&D 예산 27조로 증액

투자 늘었는데 효율 제고 노력 부족

연구 자율성 보장·윤리 기준 확보

정부 차원 '과학외교' 뒷받침돼야

과학·산업분야 창의성 꽃 피울수 있어

이우일 과총 회장




올해도 우리나라를 비껴간 노벨상에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과학적 창의성을 증명하는 징표로 국가의 자존심이 걸려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과학의 꽃이 노벨상이라면 산업의 꽃은 유니콘 기업일 것이다. 노벨상과 유니콘 기업은 둘 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현실화해 커다란 영향을 남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내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으로 27조원을 편성했는데 올해 예산(24조원)에 비하면 엄청난 증가다. 그러나 R&D 투자액과 같은 정량적인 면과 함께 투자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성적인 측면의 고려도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창의적 아이디어를 도전정신을 통해 현실화하는 것은 노벨상이나 유니콘 기업 육성과 직결된다. 꽃을 아름답게 피우려면 물뿐 아니라 환경도 잘 유지해야 하듯 창의성을 꽃피우기 위해서는 환경에 해당하는 연구의 자율성과 윤리 기준 확보, 그리고 국제화 노력이 중요하다.

과학기술 연구를 할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미리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연구하다 새로 발견된 다른 주제가 더 중요해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쉽게 붙였다 뗄 수 있는 3M사의 포스트잇은 강력접착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것이다. 원래 연구주제를 기준으로 볼 때 이는 명백한 실패에 해당한다. 과학에서는 이러한 우연이 혁신적인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의 연구비 관리 제도는 대부분 이런 ‘우연’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마치 공사 발주처럼 시작하기 전에 모든 예산 비목을 정해놓고 거기에 따라 집행하도록 한다. 관리는 쉬울지 몰라도 창의성은 희생이 불가피하다. 적어도 ‘개발’이 아닌 ‘연구’과제는 미국의 그랜트(grant·상향식 연구예산 지원 방식)처럼 연구자에게 연구비 집행을 일임하고 부정한 집행만 감시하면 된다. 현장의 연구자들이 각종 규제에 맞춰 연구비를 집행하느라 들이는 노력과 불만은 상당하다. 부정행위는 일벌백계로 다스리되 가급적 연구자에게 자율을 부여해야 한다.



보다 고차원적 연구윤리를 확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연구윤리라면 연구비 횡령, 논문 표절과 같이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들만 생각하는 것은 너무 단선적이다. 연구윤리는 연구자에게 뚜렷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함으로써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예컨대 연구자가 기술이전을 할 때 그 기술의 몇 년 후 가치를 예측하는 것은 아무리 전문가라도 쉽지 않다. 연구자 창업에서 흔히 보듯 만약 그 특허를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 양도했는데 나중에 기술가치가 크게 상승한다면 발명자는 사기나 배임으로 몰릴 수도 있다. 이러면 연구자는 각종 감사에 시달리며 연구 의욕을 상실하기 십상이다. 기술이전에 대한 세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다면 이러한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미 스탠퍼드대 등 기술이전이 활발한 대학은 상세히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운영하는데 우리의 경우 포괄적이고 명확하지 않은 제도로 연구자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국제화도 필수적이다. 우수한 연구 결과를 널리 알리는 것은 물론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혈하려면 국제공조는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 논문이 상대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국제협력의 결여라는 분석 결과도 있다. 연구계가 자발적으로 국제협력에 나서야겠지만 정부의 도움도 중요하다. 우리의 ‘과학외교’는 거의 전적으로 민간에 맡겨져 있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22명이나 배출한 일본은 스웨덴 대사관에 과학관 1명을 파견해 노벨상 심사위원 초청 등 자국의 업적 홍보를 주도하도록 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대사관에 과학 관련 외교관을 3명이나 배치해놓았다.

우리는 엄청난 예산을 과학기술 R&D에 투자하고 있으며 그 효과는 계속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투자 대비 효율을 보다 높이려면 단순히 예산을 투입하고 규제의 그물을 촘촘히 해 감시할 것이 아니라 자율을 기반으로 하는 연구개발 지원 제도의 선진화에도 힘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구에 몰두할 시간을 규제를 피하는 데 사용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