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4분기 실적을 발표한 34곳의 기업 중 절반이 깜짝 실적을 내놓으며 어닝시즌 초반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대내외 변수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좋은 실적 성적을 거둔 기업들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증시도 서서히 실적 장세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특히 같은 업종 내에서도 실적 개선의 온도 차가 큰 만큼 실적에 따른 종목 장세의 흐름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에프앤가이에 따르면 23일까지 3·4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한 기업 34곳 가운데 절반인 17곳이 컨센서스보다 7% 이상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전망치 대비 잠정 영업이익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기업은 LG디스플레이(034220)였다. LG디스플레이는 실적 발표 전 증권가에서 올해 3·4분기 영업이익이 754억원 정도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1,644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망치 대비 118.04%가 증가한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TV 등 전자제품 소비가 증가하면서 7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언택트 확산과 여행·레저·외식 소비 감소에 따라 IT 내구재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며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서 최소한 최악의 고비는 지나갔다”고 평가했다.
현대차증권(001500)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54억원이었지만 실제로는 406억원의 실적을 발표하면서 전망치 대비 59.84%의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포스코도 전망치보다 실제 영업이익이 39% 이상 더 많았다. 이외에 포스코엠텍(009520)(30%), 한미반도체(042700)(29.73%), LG화학(051910)(26.75%), 자이에스앤디(317400)(20.83%), 삼성전자(005930)(18.26%) 등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어닝 시즌 초반 전반적으로 IT·전자와 증권·금융, 건설·건자재업종의 선전이 돋보이는 편이었다. 깜짝 실적을 기록한 18곳 중 IT·전자 업종 기업은 LG디스플레이와 한미반도체, 삼성전자 등 6곳을 포함해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국내 4대 금융 지주인 KB금융(105560)과 하나금융지주(086790)는 각각 전망치보다 11.4%, 21.44% 많은 영업이익을 거뒀다. 한샘(009240)과 GS건설(006360), 자이에스앤디 등도 좋은 실적을 거뒀다.
실적은 주가에 특효가 있었다. 확대되는 증시 변동성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오름세가 지지부진한 상황이지만 실적이 좋은 기업은 상대적으로 주가가 강세를 보였고 부진한 기업은 약세가 우세했다. 실제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기업 17곳 가운데 실적발표 당일 주가가 상승한 기업은 9곳으로 절반 이상인 반면 쇼크를 기록한 기업 7곳 가운데 5곳은 주가가 빠졌다. 실적발표 이후 현재까지 주가가 오른 기업도 서프라이즈의 경우 8곳이었지만 쇼크를 맞은 기업은 주가가 상승한 경우가 한 곳도 없었다.
같은 업종 사이에서도 실적 온도 차는 명확하게 나타났다. GS건설은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현대건설은 쇼크를 맞았고, IT·전자업종이 선전한 가운데 통신장비업체와 일부 소재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실적이 저조했다. 이 때문에 3·4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되면 미국 증시처럼 국내 증시도 실적이 우수한 개별 종목을 중심으로 한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현재 미국 증시는 넷플릭스, 키코프 등 실적이 부진한 기업은 주가가 급락하고 스냅 등 실적이 양호한 기업들은 강세를 보이는 등 실적에 따라 주가 흐름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말 대주주 요건 회피를 위한 물량이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특별한 이유 없이 급락하는 종목들이 많다”며 “많이 오른 중소형 성장주는 단기적으로 투자에 유의하고 코스닥보다는 코스피, 실적주와 소비주 중심으로 압축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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