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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환 "늙어가는 배우 이야기, 마음에 와 닿았죠"

[인터뷰]9년만에 연극무대 복귀 '송승환'

'더 드레서'서 황혼의 배우 맡아

8세에 아역 데뷔…55년 연기인생

"나이에 맞는 역할 할수있어 감사

버티고 살아남아 관객과 만날것"

'원로배우 인터뷰' 유튜브 새도전

‘더 드레서’로 9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 송승환/사진=오승현기자




배우 송승환이 지난해 선물 받은 휴대폰 케이스엔 그의 사진이 인쇄돼 있다. 세월의 흔적이 만든 백발과 옅은 미소가 만들어 낸 주름까지, 영락없는 초로(初老)의 신사다. 선물 받던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도 이제 노역(老役)할 때가 됐구나.” 8세에 아역으로 데뷔해 ‘한국의 제임스 딘’이라 불리며 여심 깨나 자극하던 청춘스타. 연극 ‘에쿠우스’의 젊음의 표상 알런과 ‘유리동물원’의 반항적인 청년 톰을 연기하며 열정을 토해내던 그가 이제 인생 끄트머리에 선 노배우를 연기한다. 온갖 위기에도 연극을 ‘올려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더 드레서’에서다. 내달 17일 정동극장에서 개막하는 이 작품으로 9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오는 송승환은 배우요 공연제작자로서 살아온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관객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정동극장에서 만난 송승환은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라며 “더 드레서를 시작으로 관객과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송승환을 오랜만에 무대에 세운 이 작품은 20세기 후반 최고의 연극 중 하나로 평가받는 로널드 하우드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2년 겨울 영국의 지방 극장을 배경으로 인생의 종점을 향해 가는 노배우인 ‘선생님’, 그리고 그와 오랫동안 함께 한 드레서 ‘노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에서 송승환은 선생님 역을 맡았다.

‘더 드레서’로 9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 송승환/사진=오승현기자


수많은 캐릭터로 변신하면서도 정작 배우 역할을 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평생 무대와 함께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선생님은 남다르게 다가왔다. “늙어가는 배우의 이야기잖아요.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극 전체에 감정이 이입돼요.” 한 인간의 무대에서의 일생을 통해 자신의 연기 인생도 돌아보게 된다. 여덟 살이던 1965년 데뷔해 묵묵히 걸어온 길이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연기라는 것 자체가 바뀌진 않았다”면서도 “나이를 먹으면서 나만 돋보이는 게 아니라, 상대 배우까지 생각하면서 작품 전체를 보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더 드레서 속 선생님은 노배우이자 극단 대표다. 연기자요 ‘난타’로 유명한 공연 제작사 PMC 프러덕션의 대표인 송승환이 더 애정을 느낄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전쟁 중 공습경보가 울리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연극을 올리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코로나 19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현 공연계의 상황과 맞물려 남다르게 다가오기도 했다. 송승환은 “우리도 지금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지 않으냐”며 “지금 상황에서 와 닿는 게 컸다”고 전했다.



‘더 드레서’로 9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 송승환/사진=오승현기자


극 중 무대에 오르기 직전, 선생님과 아내는 짧은 대화를 주고받는다. “버텨.” “살아남아.” 송승환의 인생 역시 버티고 살아남아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연기를 위해 대학을 그만뒀고, 한창 잘나가던 시절에 돌연 미국 유학길에 올라 공연 제작에 뛰어들었다. “배우는 선택받지 못하면 사라지는 직업이라는 게 불만이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만들자는 생각에 연극을 뮤지컬로 만들어본 게 계기가 됐죠. 젊을 때 능동적인 자세로 임하다 보니 이 업계에서 지금까지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 작업 후 급속도로 나빠진 시력 탓에 현재 그는 글자도 제대로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리딩 첫날 대본을 완벽하게 외워왔다. 이 열정 하나만으로도 그가 오랜 시간 배우로서 버티고 살아남은 이유로 충분해 보인다.

‘더 드레서’로 9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 송승환/사진=오승현기자


새로운 도전 앞에서는 여전히 청춘이다. 극 중 선생님이 마지막을 향해 가며 쓰는 자서전을 언급하자 조만간 공개할 새 콘텐츠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송승환이 ‘현실 속 선생님(노배우)’을 만나 인터뷰하는 유튜브 방송이다. 그는 “초창기 방송, 연극 이야기 중 기록으로 남겨둘 가치가 있는 것들이 많다”며 “내년부터 노배우 영상 회고록을 유튜브로 연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 이순재, 오현경, 김영옥 편은 촬영을 마친 상태다.

‘우리 배우들은, 무참한 전쟁 옆에서 또 다른 싸움을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중략) 여러분의 친구들이 지친 심신을 재충전하기 위해 극장으로 오시리라 믿습니다.’(더 드레서 중) 2020년 배우·스태프들의 마음이 이와 같지 않을까. 송승환은 희망의 메시지와 함께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끝이 있겠죠. 난타도, 다른 공연도 언젠가 다시 이전처럼 무대에 오르리라는 희망의 끈은 절대 놓지 않아요. 공연 대사처럼 버티고 살아남아서 관객과 만나야죠.”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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