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051910)이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전지사업 부문의 물적분할 안건을 처리했다. 오는 12월1일 출범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은 2024년 매출 30조원의 ‘초격차 1위’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임시주총을 열고 배터리사업 물적분할 안건을 의결했다. 전자투표를 포함해 주주의 77.5%가 주총에 참석했고 이 가운데 82.3%가 물적분할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출석 주주의 의결권 3분의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1 이상을 확보해야 안건이 통과된다.
참석주주의 82%가 분할 찬성
지분 10.4%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주총 사흘 전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하면서 막판 변수로 작용했지만 외국인과 기관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지며 이변은 없었다. LG화학 최대주주는 지주사인 ㈜LG로 30.6%를 보유하고 있고 외국인투자가가 40%, 국내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들이 각각 8%와 12%를 보유하고 있다. 반대의견이 주를 이룬 개인투자자들 가운데 일부도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소액주주 100명가량이 주총에 참석했지만 큰 소동 없이 안건이 통과됐다. 이날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주총에 직접 참석해 분할 배경을 설명했다. 신 부회장은 “경쟁사들뿐 아니라 완성차 업체들도 전지사업에 진출하는 등 한 치 앞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경쟁 또한 극심해지고 있다”며 “급변하는 시장상황에서 전지사업 특성에 최적화된 경영체계를 수립하고 시장에서의 초격차 지위를 더욱 확고히 하고자 분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LG화학이 70여년간 지속성장했던 것은 끊임없이 창조적으로 변화하고 도전해왔기 때문”이라며 “분사 결정도 지속적으로 영속하기 위한 또 다른 걸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글로벌 5대 화학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격려와 지지를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2~3년 내 기업공개 나설 듯
LG화학은 배터리사업 분할과 투자 확대로 글로벌 1위 경쟁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석유화학·첨단소재 등의 다른 부문의 재무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LG화학은 지난 25년간 선도적인 전지 연구개발과 사업전개를 통해 150조원 이상의 전기차(EV) 전지 수주잔액을 확보하는 등 글로벌 리더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쟁의 심화로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재무구조 부담 등 도전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공장시설 투자금액 증가로 현재 순차입금이 8조원으로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100%를 넘어섰다. 앞으로 연간 3조원 이상의 시설투자 비용도 예상되고 있다.
자금조달 방안으로는 2~3년 안에 기업공개(IPO) 등을 통한 대규모 투자자금 유치가 유력하다. 업계에서는 약 10조원의 자금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LG화학은 상장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가 없고 추후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LG화학의 100% 자회사 형태로 물적분할이 되는 만큼 상장 외 방식으로 자금조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2월1일 출범하는 신설회사의 자산은 약 10조원, 자본금은 1,000억원, 준비금은 5조8,582억원이다. 부채는 약 4조3,000억원으로 추산됐다. 발행할 주식의 총수는 8억주다. LG화학 배터리사업 부문의 독립은 사업에 착수한 지 25년 만이다. LG화학은 1990년대 2차전지 연구개발을 준비했고 1995년 본격적으로 2차전지 독자개발에 착수했다.
/변수연·한재영기자 dive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