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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원 '소환사의 컵' 들어올리자…관객석 '상하이 도서관' 됐다[오지현의 하드캐리]
담원 게이밍이 중국 상하이 푸동 아레나에서 개최된 ‘2020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서 지난달 31일 우승했다. /라이엇게임즈




담원 게이밍이 2020년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s·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습니다. 3년 만의 한국 팀 우승입니다. 담원으로서는 불과 창단 3년 만에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 반열에 올라서게 됐습니다. 가슴이 웅장하다 못해 뜨끈해지는 소식입니다.



담원은 지난달 31일 중국 상하이 푸동 아레나에서 열린 롤드컵에서 중국 리그인 LPL(LoL 프로 리그) 소속 ‘쑤닝(Suning)’을 세트 스코어 3:1로 꺾고 최종 우승했습니다. 롤드컵은 5판 3선승제로, 담원이 무려 43분 간의 혈투가 이어진 끝에 1세트에서 선취점을 가져갔습니다. 쑤닝이 바로 2세트를 가져가면서 1:1 상황을 만들어 한때 긴장감이 더해지기도 했는데요. 특히 2세트 마지막 한타에서는 쑤닝 소속 빈(본명 천쩌빈) 선수의 피오라에게 ‘펜타킬(5연속 킬)’을 내주는 가슴 아픈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쑤닝 팀이 지난달 31일 중국 상하이 푸동 아레나에서 진행된 ‘2020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 임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


그러나 담원의 멘탈은 단단했습니다. 3세트에서는 톱 라이너 ‘너구리(본명 장하권)’ 선수의 케넨이 ‘소드아트(본명 후숴제)’를 잡아내며 그대로 쑤닝을 함락시켰습니다. 4세트는 싱거울 정도였죠. ‘캐니언(본명 김건부)’ 선수의 킨드레드가 빠르게 성장해 초반부터 10킬 이상 격차가 벌어지며 담원이 우승컵을 손에 넣게 됐습니다.

특히 담원은 든든하다고 해서 ‘국밥’으로 불리는 챔피언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대표적인 국밥 챔프 오른이 담원의 탑 라인을 3세트 동안 지켰습니다. 1세트에서는 대표 국밥 조합인 ‘오른(탑)-오리아나(미드)’를 선택하기도 했죠. 전반적으로 엎치락뒤치락 교전이 계속되면서 결승전다운 팽팽한 경기가 만들어졌다는 평입니다. 3세트 말미 너구리 선수가 팀 보이스를 통해 “정신 나갈 것 같다”고 언급할 만큼 치열한 접전이 이어졌습니다.

LCK 소속 담원 게이밍은 지난달 31일 중국 상하이 푸동 아레나에서 개최된 ‘2020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LPL 소속 쑤닝을 꺾고 우승했다. /라이엇게임즈


LCK(LoL 챔피언스 코리아)의 설욕전이라는 관점에서 이번 한중전을 지켜본 팬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이날 경기는 쑤닝의 홈구장에서 유관중으로 진행돼 6,000여명의 중국 관객들이 함께 했습니다. 그만큼 쑤닝이 ‘홈 어드밴티지’를 가져간 거죠. 한국을 대표한다는 선수들의 부담감 역시 인게임 보이스에서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마지막 세트 경기 중 ‘쇼메이커(본명 허수)’ 선수가 한 말이 곧바로 화제가 됐습니다. “도서관 만들어. ‘상하이 라이브러리’ 만들어버려. 감정표현 박아.” 중국 관객들이 쑤닝을 응원 중인 관중석을 쥐죽은 듯이 조용한 ‘도서관’으로 만들어버리겠다는 엄포입니다. LCK 팬들 사이에선 그야말로 ‘사이다’ 발언이라는 평이 나왔습니다. 너구리 선수는 경기 직후 인터뷰를 통해 “LCK가 다시 일어서는 시작점이 된 것 같아서 영광이고 기분이 좋다”며 “내년에도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번 롤드컵 우승은 담원의 ‘2부 신화’를 썼다는 점에서도 특별합니다. 담원은 LCK 2부 리그인 ‘LoL 챌린저스 코리아’ 출신입니다. 2017년 창단 후 이듬해 챌린저스 서머 시즌에서 우승하면서 지난해 LCK로 승격됐습니다. 그리고 올해 서머 시즌 압도적인 성적으로 1시드로 롤드컵에 직행했습니다. 2부 리그 출신 팀 최초로 LCK와 롤드컵 우승을 한꺼번에 이뤘으니 그야말로 ‘소년만화’ 같은 이야깁니다.

담원 게이밍 소속 고스트(본명 장용준) 선수. /라이엇게임즈


오랜 기간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며 고전한 ‘고스트(본명 장용준)’ 선수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죠. 고스트 선수는 16세 나이에 데뷔해 CJ 엔투스, bbq 올리버스, 샌드박스 게이밍 등 3개 팀에서 프로 생활을 했습니다. 6년간 팀의 구멍이라는 혹평을 받았고 승률도 좋지 않았죠. 무엇보다 LCK 승강전에서 2번이나 강등당하는 아픔을 맛봤습니다. 지난 2018년 시즌 후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200전 가까이 플레이한 선수 중에 나만큼 성과를 못 낸 선수가 있을까. 그냥 못하는 선수라면 그만하는 게 맞다는 생각도 했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반전은 짜릿한 법입니다. 고스트 선수는 마침내 LCK 우승과 롤드컵 우승을 동시에 이뤄내는 대역전극을 썼습니다. 쑤닝을 상대로 숨 돌릴 틈 없이 몰아붙인다고 하는 ‘무호흡 딜링’까지 선보였습니다. 결승전 직후 인터뷰에서 “힘든 친구들도 저를 보고 ‘저랬던 친구도 월즈(롤드컵) 우승 할 수 있구나’ 하고 다들 힘을 받고,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 거두면 좋겠다”라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2020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키 이미지. /라이엇게임즈


캐니언 선수는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호칭인 MVP로 꼽혔는데요. 4세트에서 킨드레드를 플레이 해 8킬 노데스 7어시스트로 맹활약했습니다. 캐니언 선수는 “대회 도중 인터뷰에서 목표가 우승하고 MVP 받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렇게 이뤄져 믿기지 않고 기쁘다”라며 “올해 어느 팀보다 열심히 했는데 이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낸 것 같다. 열심히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롤드컵 테마는 ‘쟁취하라(Take over)’였습니다. 2부 리그에서 시작해 LPL로부터 우승컵을 다시 되찾아온 담원의 경기는 “쟁취한다”라는 테마에 걸맞은 모습이었습니다. 담원의 역사는 이제 시작입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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