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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화웨이 제재에도…對中 반도체 수출은 왜 늘어날까

9월까지 286억弗 팔아 7.8%↑

中에 전체 42% 수출…5년새 최대

높은 수출 의존도 리스크 될수도





미국의 화웨이 수출 규제가 본격화한 후에도 한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수출 규제가 시작된 지난 9월15일 직전까지 나타났던 화웨이의 반도체 선취매 이후 급감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중국 수요가 10월에도 이어진 건데요. 중국 내수가 회복세를 보이는데다 중저가 스마트폰 업체들이 화웨이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의 중국 시장 의존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조 바이든식 중국 견제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같은 1대1 방식이 아닌 동맹국과 협력한 ‘반중연대’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높은 중국 의존도에 발목이 잡혀 한국이 모호한 입장을 취하면 양쪽 모두에 신뢰를 잃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중국으로 수출한 반도체 규모는 286억달러로 전년 대비 7.8% 증가했습니다. 전체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1.57%에 달해 2016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대중 반도체 수출은 10월에도 25일 기준 전년 대비 3.8% 증가세를 보여 높은 수준의 중국 의존도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부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 이후에도 중국 수출 물량이 늘어나는 데 주목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9월15일 시행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D램·낸드플래시 등을 화웨이에 납품하지 못해 10월부터는 대중 수출이 꺾일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잦아든데다 중국 내에서 화웨이 외에 샤오미·오포·비포 등 여타 스마트폰 업체들이 내수시장 점유율을 늘리면서 화웨이의 공백을 메워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9월 수출 규제를 앞두고 화웨이가 상당 물량을 선 주문했다”며 “이에 10월 대중 반도체 수출은 다소 꺾일 걸로 봤는데 예상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중국 수출 비중을 줄일 필요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되레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점은 우려스럽습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것은 반도체 분야만이 아닙니다. 올 9월까지 석유화학제품의 중국 의존도는 43.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밀기계류 제품의 경우 63.64%에 달합니다.

특히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는 만큼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높은 중국 의존도에 발목 잡혀 한국이 모호한 입장을 취하면 양쪽 모두의 신뢰를 잃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면서도 “중국 무역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당장 수익이 나는 시장에서 발을 빼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고질적인 중국 의존도가 개선되지 않는 것은 당장에 수익을 내는 시장에서 발을 빼지 못하는 기업의 관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주요국이 코로나19로 정상적인 산업생산 및 해외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중국만 3월 이후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정상적인 대내외 경제활동이 가능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와 재계는 중국 시장에서 수익을 내 다른 국가에 투자를 확대하는 식으로 다변화 전략을 추진해왔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이외에 이렇다 할 시장을 찾기 어렵게 됐다는 것입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서도 “당장 수익이 나는 중국 시장을 포기하고 수익이 불투명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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