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따른 후속 절차로 동남권신공항 입지 후보지를 원점에서 검토해 물색하겠다는 약속마저 백지화하려 하고 있다. 정치권의 거센 압박 탓에 ‘다시 후보지 선정 등 원점 재검토’라는 정식 절차를 밟지 않고 기존 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가덕도신공항 추진으로 곧장 결론을 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부적합’ 판단을 내릴 경우 ‘후보지 물색 등 원점부터 다시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검증 기간 내내 고수해왔다. 지난 2016년 당시 다른 후보지였던 경남 밀양과 가덕도, 또 지역 여론 수렴을 통한 제3 또는 제4의 후보지까지 포함해 다시 입지 선정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증 결과 발표 시점이 임박하자 여당은 물론 부산·울산·경남에 지역구를 둔 야당 의원까지 합세해 ‘고강도 압박’에 나서면서 결국 원점 재검토 입장에서 한발 물러났다. 국토부는 이날 국무총리 주재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입장을 담은 향후 계획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국토부는 이날 검증위 발표에 대해 입장 자료를 내고 “검증 결과를 겸허히 수용해 관계기관과 후속 조치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가덕도를 후보로 밀어붙이며 동남권신공항 사업으로 인한 사회적·지역적 갈등 격화와 행정력 낭비 등을 이유로 내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김해신공항이 일정대로 추진되지 못해 공항 설계 비용 등 관련 예산이 수십억원씩 책정됐다 결국 다음 해로 이월되는 일이 반복되기도 했다. 올해 6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으로 진행된 3차 추가경정예산 수립 때는 김해신공항의 올해 예산 539억원 가운데 433억원이 대거 삭감돼 그린뉴딜 사업에 재배치되는 일도 겪었다. 다만 대구·경북(TK) 등 지역 반발을 종합 고려해 입지 재선정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경우의 수도 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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