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사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부동산 가격 폭등과 전세난으로 인해 성난 민심에 “가슴이 아프고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고 사과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정부가 23차례의 부동산대책을 내놓고도 집값을 잡지 못하고 혼란만 부추겼다는 지적에 대해 “주거 문제로 고통을 겪으시는 국민 여러분께 정말로 미안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의 이러한 사과는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자세를 잔뜩 낮추기 위한 정치적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 현 정부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주택수요 공급에 대한) 예측을 제대로 했는지, 예측을 했다면 제대로 대응을 하고 준비를 했는지 문제가 있다”며 “수요는 몹시 탄력적인데 공급이 비탄력적이라는 특징이 있고 수요는 그때그때 생기는 반면 공급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이런 것들을 충분히 감안했어야 했다”고 반성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등의 주택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폭등했다는 지적에 대해 대출규제 완화 등을 이유로 내세운 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입장을 취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년간 서울시 인구는 4만명 줄었는데 가구 수는 9만6,000가구가 증가했다”며 “우리 사회의 변화 속도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가구 분리 등을 통해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정부나 서울시의 충분한 대비가 없었던 게 크나큰 패착이었다”고 반성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를 건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최근에 대통령을 뵙고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눈 것이 있다”며 “거기에는 여러분이 상상하는 문제도 포함됐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이 밖에 “(여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임대차 3법이 현재의 전세대란을 초래했다”고 인정한 뒤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24번째 부동산대책인 전세대책을 오는 19일 발표할 예정이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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