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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백신 보급前 재봉쇄 시나리오 대비...90조 팔았다"

NYT 컨퍼런스서 밝혀

"지금 상황선 무슨 일이라도 발생 가능"

"앞으로 2~3달 내 벌어질 일 누가 알겠는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로이터연합뉴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앞으로 2~3달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전 세계가 다시 봉쇄(락다운)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에만 800억달러(약 90조원)에 달하는 자산 매각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이 가시화하고 있지만 당장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손 회장은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주최 딜북 콘퍼런스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세계가 문을 닫을 경우 일어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 적극적으로 자산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당초 올해엔 약 400억달러의 자산 매각을 목표로 잡았지만 코로나19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800억달러의 기업 자산을 팔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앞으로 2~3달 안에 어떠한 재앙도 일어날 수 있다”면서 “우리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무슨 일이든 발생할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백신이 오고 있지만 앞으로 2~3달 안에 (일어날 일을) 누가 알겠느냐”고 반문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올 초 미 통신사 스프린트와 합병한 T모바일의 지분 약 200억달러 어치를 팔았고 엔비디아로부터 400억달러를 받아 영국 반도체 회사 암(ARM)을 매각했다. 손 회장은 “시장이 폭락할 경우 저평가된 자산을 매입하거나 비전펀드에 대한 포트폴리오 투자를 강화하는 데 이 자금을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전펀드는 세계 최대 투자펀드로 전 세계 83개 테크 기업에 약 750억달러의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AFP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소프트뱅크그룹이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던 전략을 바꿔 글로벌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종합 투자사로 변신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 9일 실적 발표를 통해 올 9월 말 기준 미국에 상장된 정보기술(IT) 대기업 주식을 165억달러 어치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투자 대상과 규모를 공개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아마존과 페이스북, 알파벳(구글 모회사), 넷플릭스 등 ‘FANG’ 주식에만 109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줌, 어도비 등 11개 이상의 IT 대기업에 자금을 투입했다. 기존에 소프트뱅크그룹은 비전펀드를 통해 인공지능(AI) 관련 유니콘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왔지만 올해 들어 코로나19 여파로 스타트업 부진이 심화하자 투자처를 다양화하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비전펀드 본사를 영국 런던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손 회장이 코로나19 재봉쇄에 대한 우려감을 드러낸 것은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산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도 최근 3차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손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 내 틱톡 사업을 폐쇄하도록 압박했던 데 대해 “슬프다”고 언급했다. 또한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 가치가 크다는 이유로 해체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크고 힘이 있다고 해서 꼭 악한 건 아니”라고 말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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