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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금융] '가시밭길' 걷는 공룡 항공... 논란 정면 돌파하는 産銀

3자연합 법원 소송에 산은 "매각 무산시 차선책"

양대 항공사 체제 유지시 2027년까지 5.4조 투입

신속한 자금 투입 위해 주주 배정 아닌 3자배정

재벌 갑질 알고 있지만 경영권 가진 분과 협상해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위로 대한항공의 화물기가 이륙하고 있다./영종도=이호재기자




국내 1, 2위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통합이 첫걸음부터 가시밭이다. 양사의 빅딜이 알려진 후 국민 혈세로 재벌에 특혜를 준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도 쏟아지는 가운데 한진칼과 경영권 분쟁 중인 KCGI(강성부펀드)에서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KDB산업은행은 인수 무산에 따른 ‘플랜B’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재벌 특혜 논란에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내년에도 항공산업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논란을 조속히 털고 양사 통합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법원 3자연합 손 들어주면 어떻게 되나?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번 빅딜안을 준비하면서 다수의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 인용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이 소송 가능성에 주목한 것은 한진칼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3자연합(KCGI,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간 경영권 분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3자연합은 산은의 한진칼에 대한 제3자 배정 유증에 반발하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하기도 했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법원 가처분 인용 시 거래는 무산될 수밖에 없으며 이 경우 차선책을 신속히 마련해 추진할 것”이라면서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외부 컨설팅을 받고 있는데 매각이 무산된다면 기존 계획대로 채권단 관리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 없이 양대 국적항공사 체제로 유지될 경우 2027년까지 총 5조4,000억원의 정책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이 중에서 당장 내년까지 투입될 자금만 4조8,000억원이다. 법원의 결과에 따라 양사 통합이 무산될 경우 이같은 정책자금의 투입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산은은 양사의 자금난에 숨통을 트이면서 정책자금의 투입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양사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은 네버엔딩 스토리”라며 “네버엔딩 스토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 두 회사(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모두 망한 다음 항공산업을 재편하라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산은이 한진칼 지분 굳이 가져야 하나?




당장 3자 연합은 산은의 한진칼 유상증자가 상법에 위배된다며 주주 배정 유증을 주장하고 있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기존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제3자 배정 신주 발행은 재무구조 개선이나 기술제휴를 위한 합작법인 설립 등의 아주 예외적인 사안을 제외하고 엄격히 제한된다. 3자 연합은 산은의 한진칼 유증 참여가 결국 조원태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하기 위한 것으로 위법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산은은 주주로서 통합 작업에 참여해 경영진의 책임경영을 이끌어내고 감시 역할을 하기 위해 3자 배정 유증에 참여할 필요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계획대로 추진되면 산은은 한진칼의 10%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민간 위원이 참여하는 의결권 행사기구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의결권을 행사하되 향후 경영 활동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것이다. 주주 배정 유증을 할 경우 2개월 이상 시간이 걸리는 점도 고려됐다.



다만 산은이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에 지원하는 이유로 지주회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산은이 한진칼 대신 대한항공 유증에 참여하면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이 20% 미만으로 떨어진다. 이 경우 한진칼은 지주 요건을 위반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위반 상태 해소 명령을 받게 된다. 한진칼이 위반 상태를 해소하려면 대한항공의 지분을 처분해 대한항공을 아예 자회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는 오히려 회사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갑질 논란 있는 재벌을 꼭 지원해야 했나?




산은이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제기된 우려 중 하나는 갑질 논란이 있는 재벌에 국민 혈세가 들어가는 점이다. 이 회장 역시 “땅콩 회항, 물컵 갑질 문제 다 알고 있다”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경영권을 가진 분과 할 수밖에 없고 더욱 더 촘촘히 건전경영 감시를 위해 많은 것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한민국 모든 산업 중 재벌이 없는 산업이 어디 있겠냐”며 “재벌을 제외하고 항공산업 재편을 누구와 협상하겠느냐”고 덧붙였다.

빅2 경쟁에서 단일 국적기 체제로 변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한때 우리나라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빅2가 경쟁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변화된 환경 속에서 이는 유효하지 않은 명제”라며 “이제는 (두 항공사를) 합쳐서 최대한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우리 국적 항공사와 운송업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말했다.

재벌 특혜 논란을 의식해 산은에서도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조원태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의 지분 전체를 담보로 향후 경영평가 미흡시 담보 주식을 처분하고 조 회장을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도록 한 점이다. 현재 조 회장이 보유한 주식은 시가 2,730억원으로 이 중 기담보제공 채무금액 감안 시 실질적인 가치는 1,7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회계·항공산업 등 외부 전문가로 윤리경영위원회·경영평가위원회를 구성해 항공사의 경영활동을 감시하고 평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산은은 한진칼·대한항공에 사외이사 3인, 감사위원도 추천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정치적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아달라”며 “예를 들면 경영능력보다 정부 뜻에 맞는 경영진을 추천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산은은 경영진 추천을 안 하고 사외이사만 추천한다. 따라서 정부 입맛에 맞게 한다는 그런 주장은 정치적 해석일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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