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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세한' 지나면 봄 같은 '평안' 올지니…

■국립중앙博 '세한·평안전'

추사, 유배생활 고난 속 '세한도'

평안감사 축하연 단원 풍속화도

국보 제180호로 지정된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세한연후(歲寒然後) 지송백지후조(知松柏之後凋)’

추사 김정희(1786~1856)는 ‘세한도’를 그리며 논어의 이 구절을 새기고 또 새겼다. 그림 옆에 네모 칸을 만들고는 “소나무와 측백나무는 본래 사계절 없이 시들지 않는 나무인데 성인(공자)께서는 특별히 날씨가 추워진 뒤에 칭찬하셨다. …성인께서 특별히 칭찬하신 것은 시들지 않는 곧은 지조와 굳센 절개 때문만이 아니니 추운 계절이라는 그 시기에 특별히 느끼신 점이 있으셨기 때문이다” 라고 정성스레 적었다.

왕실의 먼 친척이자 명문가인 경주 김문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청나라의 최신 학문을 접하고 익히며 ‘천재’ 소리를 듣던 김정희는 안동 김씨 가문이 세도정치를 펼치면서 사형 다음 가는 형벌인 유배형을 받아 제주로 귀양갔다. 제주에서 보낸 시간은 무려 8년 4개월. 춥고 외롭던 그 시절이 추사에게는 ‘세한’의 시간이었다. 지인들이 보내준 편지와 책이 실낱같은 위안이었으니, 평소와 다름없이 귀한 책을 챙겨 보내주는 제자 이상적은 특히 고마웠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국보 제180호인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와 단원 김홍도의 작품으로 전하는 ‘평안감사향연도’를 24일 개막하는 특별전 ‘한겨울 지나 봄 오듯-세한·평안’에서 선보인다. 팍팍한 현실처럼 바싹 마른 붓끝에 먹을 진하게 찍어 그린 황량한 느낌의 세한도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다. 한때 일본으로 넘어간 세한도를 고 (故)손세기(1903~1983) 선생이 어렵사리 구해왔고 아들 손창근(92) 선생이 지켜오다 올해 초 국립중앙박물관에 영구 기증한 것을 계기로 이번 전시가 마련됐다.



‘세한도’를 받아들고 감격한 역관 이상적이 청나라 문인들에게 보여줬고, 이후로도 많은 이들의 찬문이 더해져 당대 최고 문인 20명의 감상 글이 적힌 두루마리 전체 길이는 14m 69.5㎝에 이른다. 두루마리 전체를 펼쳐 전시하는 것은 14년 만이다. 둥근 창 하나가 고작인 휑한 집은 김정희가 처한 상황 그 자체를 보여주며 양쪽으로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기운차게 솟아 있다. ‘세한도’가 주인공이지만 이를 파고든 전시기획력이 탁월하다. 이른바 ‘송백의 마음’으로 변치 않고 김정희 곁을 지킨 초의선사, 애제자 허련 등과 주고받은 서화·편지 등이 함께 전시됐다. 추사는 걱정해주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봉투에 ‘평안하다는 소식을 알리다’는 뜻의 보평안(報平安)이란 인장을 찍었다.

평안감사의 부임 장면을 그린 ‘연광정 연회도’. 단원 김홍도가 그린 것으로 전하는 ‘평안감사향연도’ 3점 중 하나다.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단원 김홍도가 그린 것으로 전하는 ‘평안감사향연도’ 중 ‘월야선유도’에서 밤 뱃놀이와 강변에 피워올린 횃불 부분.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김홍도가 그렸다고 전하는 ‘평안감사향연도’는 조선 관리들이 선망했던 평안감사로 부임한 영예로운 순간을 축하하는 잔치 장면을 그린 풍속화다. 한겨울 추위인 세한을 함께 견디면 곧 따뜻한 봄날 같은 평안을 되찾게 될 것이라는 전시의 메시지가 느껴진다. 그림은 평양에 도착한 평안감사가 만나는 대동문 앞 저잣거리를 보여주고, 이어 평양 교방 기생들의 춤으로 달아오른 연회, 대동강 양쪽에서 횃불 들고 벌이는 야경축제까지 3폭으로 펼쳐 보인다. 시(詩)적인 영상작품, 그림을 생생하게 확대한 미디어아트 등을 곁들여 감상의 재미를 더했다. 내년 1월31일까지.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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