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후환경회의는 23일 발표한 ‘중장기 국민정책 제안’에서 수송용 휘발유와 경유 간 상대 가격을 지난 2018년 기준 100대88에서 100대95 또는 100대100으로 단계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실상 경유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수송에너지 세제 개편을 검토하게 되면 함께 검토할 문제”라며 “국내 경제 여건을 전반적으로 같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서민들의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에서 신중론을 편 것으로 해석된다. 경유세 인상은 경유 화물차를 이용하는 자영업자 등 서민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수 중립적으로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가격을 조정한다고 해도 결국 ‘서민증세’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전국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연합회, 전국 개별화물자동차 운송사업연합회, 전국 용달화물자동차 운송사업연합회 등 화물 3단체는 지난달 국가기후환경회의에 “246만여대 화물 운송사업자와 운전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산업 침체 여파와 물동량 감소에 따른 수입 급감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며 “영세 화물 운송사업자와 운전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증세정책의 중단을 강력히 요구한다”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도 지난해 경유세 인상을 포함한 세법개편안 권고안을 내려다가 화물연대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에 특위는 기존 목표치보다 후퇴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2017년에도 미세먼지 대책의 하나로 경유세 인상을 검토하다가 논의를 중단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경유세 인상에 따른 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현실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사업용 화물자동차 운송업자의 경우 유류세 인상분에 대한 유가 보조금을 받는다. 유류세를 올린다고 해도 보조금 지급 대상이 아닌 영세 자영업자들만 피해를 입을 뿐 전체 경유차 사용은 크게 줄어들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조세재정연구원·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은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경유세를 올리더라도 미세먼지 저감률이 0.2%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세종=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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