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올리브영 의 소수지분 매각이 연말 인수·합병(M&A) 시장을 달구고 있다. 블라인드펀드를 보유한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대거 참전한 가운데 현대백화점(069960)이 인수 의향을 밝히면서 치열한 눈치 작전을 펼치고 있다. 투자 조건과 가격 협상 과정에서 CJ그룹이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 의 쇼트리스트에 선정된 입찰 후보들은 예비실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달 CJ올리브영 의 매각 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CS)는 현대백화점과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 IMM프라이빗에쿼티, 스틱인베스트먼트, JKL파트너스를 인수 후보로 선정했다. 외국계 펀드로는 골드만삭스PIA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쇼트리스트 자격을 받았다. 본입찰은 다음달 10일로 예정됐다.
CJ올리브영 지분은 최대 주주인 CJ가 55%를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부장과 이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가 각각 18%, 10%를 갖고 있다. 이번 거래 대상은 이 부장과 이 대표의 보유지분 전량이다. 이를 확보한 투자자는 CJ올리브영 의 2대주주로 올라선다.
협상 대상이 CJ 그룹 오너일가인데다 경영권(바이아웃) 거래도 아닌 소수 지분 투자여서 초기엔 까다로운 투자처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국내 사모펀드 시장을 이끌고 있는 주요 펀드들이 대거 입찰에 참여하며 매물의 가치가 높아졌다. 이들 펀드는 5,000억원 규모 이상의 블라인드펀드를 보유하고 있어 막강한 자금력을 자랑한다.
이 가운데 현대백화점이 투자 의향을 밝히며 열기는 고조됐다. 2대주주로 참여하게 되면 경영권 행사가 어려워 그동안 SI가 참여할 가능성은 낮게 평가됐다. 화장품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는 현대백화점은 올 초 클린젠코스메슈티칼을, 지난 8월 현대HCN을 통해 천연 화장품 원료회사 SK바이오랜드 지분을 인수했다.
CJ그룹은 이번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비입찰 진행 당시 CJ그룹은 원매자에게 투자 조건을 자유롭게 제안토록 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제시 조건과 가격을 고려해 최종 후보를 선정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소수지분 투자 시 투자자의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기업공개(IPO)나 풋콜옵션·드래그얼롱 등을 설정한다. 그러나 이번 사례처럼 쟁쟁한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진 경우 후보들도 그룹 측에 수익 보장을 위한 안전하고 강력한 조건을 제안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 된다.
CJ올리브영 이 수년간 압도적인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점 역시 그룹이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 CJ올리브영 은 H&B(헬스·뷰티) 업계 점유율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9,600억원, 영업이익 879억원을 보였다. 국내 1,000여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주문 3시간 이내에 상품을 배송하는 ‘오늘드림’ 서비스로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소비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몰을 개설해 관련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조윤희기자 cho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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