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가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텐센트와 손잡고 중국 현지에서 합작 법인을 설립한다. 삼성화재가 해외 현지에서 합작 법인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삼성화재의 영업 노하우와 텐센트의 막강한 플랫폼 영향력을 바탕으로 건강보험과 생활 밀착형 보험을 앞세워 중국 현지 보험 시장을 전략적으로 파고들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이날 텐센트 등 투자사와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 지분 투자를 통해 합작 법인의 주요 주주가 된다. 합작 법인의 1대 주주는 지분 37%를 보유한 삼성화재, 2대 주주는 지분 32%를 보유한 텐센트다. 상해지아인·위싱과학기술회사·상해티엔천·보위펀드 등 기타 중국 기업들의 지분율은 31%다. 합작 법인의 총자본금은 5,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합작 법인은 공동경영 형태로 운영된다. 이르면 내년 초 중국 감독 당국에 주주 변경 및 증자 등에 대한 신청 서류를 제출하고 승인을 획득할 계획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중국 법인을 텐센트 등 중국 기업과의 지분 제휴를 통해 합작 법인 형태로 전환하기로 했다”며 “이번 계약을 통해 중국 보험 시장에서 사업 확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작 법인 추진은 삼성화재와 텐센트의 니즈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삼성화재는 외국계 보험사의 한계를 극복하고 중국 법인을 합작 보험사로 전환해 텐센트 등 파트너들의 플랫폼을 활용한 성장 전략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1995년 베이징사무소를 설립해 중국 시장에 진출한 삼성화재는 2005년 4월 중국 손해보험 시장에서 해외 보험사 가운데 최초로 단독 법인을 세웠다. 중국 법인 손익도 2016년 18억 원에서 2019년 124억 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중국 시장 분위기 상 외국계 보험사가 사업을 확대하는 데는 어려움이 컸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전통적으로 ‘관시’ 문화가 강해 외국계 기업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국내 많은 보험사들이 진출했지만 그렇다 할 성적표를 내지 못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보험 시장에서도 경쟁 기업인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격전을 펼치는 텐센트 입장에서도 보험 영업 노하우를 보유한 삼성화재와의 제휴가 매력적이었다는 분석이다. 텐센트는 최근 중국 온라인 보험 분야에서 알리바바의 핵심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과 접전 중인 보험 플랫폼 워터드롭에 수천 억 원을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알리바바와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외국계 보험사 가운데 기업 보험(B2B) 강자인 삼성화재와의 제휴가 시너지를 낼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IT라는 공통점도 합작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화재가 글로벌 IT 기업인 삼성전자의 금융 계열사라는 점과 다이렉트(온라인 전용) 보험 노하우가 풍부해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향후 합작 법인은 한국형 기업보험을 기반으로 텐센트가 보유한 12억 명 고객과 IT 인프라를 활용한 온라인 개인 보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또 중국 관광객 대상의 여행자 보험 등 생활 밀착형 보험 시장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손해보험 시장은 개인 보험이 급격히 성장하는 추세”라며 “텐센트의 막강한 플랫폼 영향력에 삼성화재의 영업력을 더하면 합작 법인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