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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6.4조 족쇄 풀린 미래에셋그룹…박현주 투자본능 다시 살아나나

미래에셋, 안방보험과 호텔 인수 소송 1심 승소

안방보험 귀책 인용 계약금 소송비 돌려 받아

재무적 부담 털어 신규 투자 나설지 주목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서울경제DB




6조4,000억원 규모 미국 호텔 인수 계약을 두고 벌어진 미래에셋금융그룹과 중국 안방보험(다자보험)과의 재판에서 미래에셋이 승소하면서 앞으로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발목을 잡고 있던 족쇄를 풀어냈다는 평가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상황을 한치 앞 도 내다보기 힘들지만,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특유의 감각적 투자본능이 다시 한 번 살아날지 주목된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1일 중국 안방보험이 미국 델러웨어주 형평법원에 제기한 호텔 15곳 소유권 매매계약 이행 완료 소송 1심에서 30일(현지시각) 승소 판결을 받아 호텔 인수 계약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미래에셋은 약 6조4,00억원( 58억달러)에 이르는 호텔 인수 부담을 덜게 됐다. 또 약 6,400억원(5억8,000만달러)에 달하는 계약금과 약 40억원(368만5,000달러)의 소송비용도 돌려받게 됐다. 미래에셋 측은 “법원은 안방보험이 계약 준수 조건을 지키지 못했고 계약 해지는 적절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래에셋은 지난해 9월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미국 주요 도시 9곳의 15개 호텔과 리조트를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10%를 냈다. 안방보험은 2018년 6월 회장이 구속되고 사실상 국유화 수순을 밟으면서 보유 자산 매각에 돌입한 바 있다.

미래에셋은 세계적 대체투자운용사 브룩필드를 꺾고 본계약을 체결했다. 규모 역시 국내 대체투자 중 최대 규모였던 만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승부수가 빛을 봤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거래는 올해 4월 17일 종결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래에셋 측은 2월 안방보험이 보유한 호텔 6곳의 등기권리가 현지 SHR그룹이라는 유령기업에 넘어갔고 일부 호텔은 소유권과 관련해 소송 중인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미래에셋은 안방보험이 지난해 12월 이미 소송을 진행 중으로 거래종결 선결조건(Condition precedent)을 지키지 않았다며 5월 매매 계약을 해지했다.

하지만 안방보험은 부동산 권리 보호를 위한 권원보험(Title Insurance)상 소유권을 가지고 있고 관련 문제를 치유했다고 주장하며 계약 이행 소송을 델라웨어주 법원에 제기했다. 미국은 등기권 제도가 없어 부동산 관련 소유자의 권리를 보험사가 보장해주는 권원보험이란 제도가 있다. 미래에셋은 “델라웨어주 법원은 안방보험이 권원보험 확보에 실패했고 (완전한 소유권 이전이 안됐기에) 계약 해지는 적절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인수를 추진했던 중국 안방보험 소유의 15개 고급 호텔 현황/사진제공=미래에셋자산운용


이번 판결은 1심으로 아직 최종심인 2심이 남아있다. 다만 미래에셋 측은 “1심 결과가 2심에서 인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은 이번 판결로 계약금 반환과 소송비용 회수 이상의 이익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만약 이번 소송에서 패소했을 경우 지난해 세전 이익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사태로 호텔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리스크를 털 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스미스트레블리서치(STR)에 따르면 지난달 15~21일 기준 미국 호텔 객실 점유율은 41.2%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6% 급감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3월 말~4월초(22%) 대비 소폭 회복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호텔업황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래에셋 측은 호텔을 인수해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인수 자금의 이자 등을 상환할 계획이었다.

미래에셋그룹이 15개 호텔과 리조트를 인수했을 경우 대출 및 외부 투자자 조달 자금을 제외하고도 약 2조4,000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그룹 내 미래에셋대우(006800)와 미래에셋자산 등 주요 계열사가 나눠 분담한다더라도 대규모 투자에 따른 순자본비율(NCR) 하락은 불가피했다. 특히 미래에셋대우는 호텔 인수 대금 중 가장 많은 1조8,000억원을 부담할 예정이었다. 셀다운 등 실질투자금 회수가 없다면 올 상반기 기준 영업용 순자본(3조7,000억원)의 49%에 달하는 규모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래에셋대우가 호텔 인수 이후 NCR 하락에 대비에 유동화 가능한 자산들을 매각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다. 실제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7월 미래에셋그룹이 미국 호텔 리조트 인수 계획을 철회하자 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를 마치고 기존 ‘Baa2’ 등급을 부여한 바 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서울 을지로 센터원 본사 모습/서울경제DB


박현주 회장이 새로운 투자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박 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여행 레저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판단에 아시아나항공과 미국 15개 호텔 인수 등 대규모 딜을 동시에 추진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과적으로는 두 딜은 모두 무산됐다. 평소 박 회장은 “지수를 안 보는 사람”이라며 “산업을 본다. 산업의 경쟁력, 기업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한다”고 밝혀온 바 있다. 한 증권사 IB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움츠렸던 미래에셋의 투자가 다시 활발해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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