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의 글로벌 인기가 치솟고 있지만 BTS 멤버를 형상화한 피규어 판매는 고전하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구업체 손오공은 지난해 BTS의 소속사인 빅히트와 상표권 계약을 맺고 피규어를 판매하고 있다. 손오공은 대주주인 글로벌 완구기업 마텔이 생산한 BTS 피규어를 매입하기 위해 91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국내 BTS 피규어 판매에 힘을 써 왔다.
하지만 결과는 흥행실패다. 손오공은 최근 지마켓과 옥션 등 이커머스에서 ‘BTS 미니 피규어 1종’과 ‘BTS 패션돌(캐릭터 인형)’ 1종을 각각 멤버별 세트로 구성해 반값 할인 나섰다. ‘눈물의 떨이’에 나선 것이다. 반값 할인을 했지만 완판에도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BTS의 인기에 편승해 업체들이 비싼 판권 로열티를 지급해 가면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예상만큼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BTS의 지식재산(IP)를 활용한 제품이 증가하면서 경쟁도 치열해지다 보니 흥행에 성공한 사례가 손에 꼽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대형 이커머스에서 판매하는 BTS 피규어는 3,000개가 넘는다. 피규어 외 BTS 이름을 달고 나온 잡화, 완구 등 굿즈(상품) 역시 9만여개에 달한다.
일부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BTS가 인기를 얻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수많은 아이돌 중의 하나라는 인식이 강한 데다 팬(아미·ARMY)들의 눈높이가 높아 웬만한 수준의 캐릭터 상품이나 서비스로는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완구 업계 관계자는 “BTS 팬들은 성인 소비자들이 많아 눈높이가 높다”며 “BTS 피규어 들이 여러 제조사들이 판매하고 있지만 품질면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BTS 피규어는 BTS 실물과 달라 관심을 끄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높아지는 BTS 로열티 때문에 중소·중견 기업들이 부담을 느껴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BTS를 활용하면서 매출은 크게 올랐지만 그만큼 지불해야 되는 로열티 비용도 만만찮다”며 “제품 인지도를 높이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큰 이익을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빅히트 전체 사업 매출의 45%는 IP 부문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빅히트 자체가 제작한 상품 외에도 여러 기업들과 상표권 계약을 맺고 공동 제작한 상품들만 상반기 458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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