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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건의 순교정신은 차별없는 사랑이죠"

김대건 신부의 후손, 김용태 대전 도마동성당 신부

신분 상관없이 사랑하란 의미로

평소 하느님을 '임자'라고 불러

코로나 주변과 거리 멀게하지만

공동체 회복의 필요성 일깨워줘

희년엔 모든 게 제자리 찾았으면

김용태 마태오 신부./최성욱기자




“김대건 신부님은 평소 하느님을 ‘임자’라고 부르셨습니다. 믿고 따르고 사랑하는 이를 부르는 토속적 표현이죠. 이제 그 의미를 알 것 같습니다. 천주교 신자 여부나 신분의 높고 낮음에 상관 없이 서로 사랑하고 돌보자는 것이죠. 사랑이라는 주제는 코로나19 시대에 더 중요한 가치입니다. 김대건 신부님이 조선 시대가 아닌 현 시대에 살고 계셔도 똑같은 마음이지 않을까요?”

내년 한국의 첫 가톨릭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을 앞두고 김용태 마태오(대전교구 도마동성당 주임·사진) 신부를 최근 만났다. 김 신부의 집안은 직계 가족이 없던 김대건 신부의 유일한 후손이다. 그의 고조부와 김대건 신부가 고종사촌지간으로, 김용태 신부 집안은 8남매 중 5명이 성직자의 길을 택했을 정도로 신실하다.

그는 코로나 19 시대에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禧年·Jubilee)’을 맞게 된 점을 각별하게 여겼다. 희년은 교회 역사상 중요한 사건을 50년, 100년 단위로 기념하는 해다. 한국 천주교는 지난달 29일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아 희년을 선포했고, 이에 따라 앞으로 1년 동안 김대건 신부의 평등 사상과 사랑의 정신을 되새긴다.

먼저 김 신부는 김대건 신부의 상징 같은 ‘순교’에 대해 단지 자신의 종교나 신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어렸을 때는 가훈인 순교 정신을 맹목적으로 믿고 따랐다”며 “하지만 사제가 되면서 순교 정신은 단순히 죽느냐 사느냐의 개념이 아니라 자신이 추구하는 소중한 가치를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것임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순교를 종교를 넘어 대중적 개념으로 해석하면 ‘사랑’으로 풀이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신부는 “죽느냐 사느냐가 아니라, 사랑하느냐 사랑하지 않느냐의 문제”라며 “부모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것도, 선생님이 학생을 가르치는 것도 순교”라고 강조했다. 그런 맥락에서 “김대건 신부님의 순교도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바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선택한 결과”라고 전했다.



김용태 신부는 8남매 가정에서 자랐다. 그를 포함해 5명이 성직자의 길을 걷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미숙 석문가롤로 수녀, 김현태 이냐시오 신부, 김선태 야고보 신부, 모친 이상기씨, 김성환 미카엘 신부, 김용태 마태오 신부./사진제공=김용태 신부


김 신부에게 코로나 19라는 감염병은 ‘공동체성 회복의 필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다. 김 신부는 “코로나 19가 인류의 재앙이라고 말하지만 교통사고 사망자, 자살자, 산재사고 사망자 등 각종 사건 사고로 죽어가는 사람이 한해 전 세계적으로 수십만 명에 달한다”며 “따져보면 우리 주위에는 늘 재앙이 있지만 나와 관련이 없다는 생각에 무관심했던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 19는 결국 우리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고 했다.

팬데믹을 계기로 주변 사람들과 더 많이 소통하면서 마음의 거리를 좁혀나가야 한다는 것이 김 신부의 생각이다. 그는 “물리적 거리 두기가 심적 거리 두기라는 역효과를 내서는 안 된다”며 “물리적 거리는 어쩔 수 없더라도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다양한 도구를 통해서 끊임없이 소통하려는 활발한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인간은 따로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하나로 연결된 존재임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 천주교는 올해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열 예정이다. 그 역시 김대건 신부의 후손이자 사제로서 올해 다양한 활동을 준비 중이다. 피정 활동도 그 중 하나다. 한 달에 한 번 ‘비움과 충만을 향한 영적 여정’이라는 주제로 신자들과 함께 침묵, 단식, 복음서통독 등의 피정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그는 “우리는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채울 줄만 알지 비우는 방법은 모른다. 비우는 건 버리는 게 아니라 누군가와 나누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신부는 “희년은 교회가 모든 이들의 죄를 사해주고, 빚을 탕감해주는 전대사(全大赦)를 베푸는 자리”라며 “새해에는 사람들과의 거리, 교회와의 거리도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세종=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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