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확산세로 돌아서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대목을 기대했던 대학가 상인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예년 같으면 입학을 앞둔 예비 신입생들의 유입으로 북적였겠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새 학기에도 비대면 강의가 지속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학가에서는 영업 악화로 휴업하는 상점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아예 폐업까지 고민하는 상인들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7일 서울경제 취재진이 찾은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 대학로 상권은 마치 ‘유령 도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젊은 학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수능 시험을 마치고 내년도 대학 입학을 앞둔 예비 신입생들이 유입되면서 활기를 띠는 게 정상이지만 올해는 상가 곳곳에 ‘임대’ 문구가 내걸린 채 텅 빈 점포들이 눈에 띄었다. 대학로의 한 공인중개사는 “간혹 임대 문의가 들어와도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이곳에 살던 학생들도 대부분 집으로 돌아가고 졸업을 앞둔 취업 준비생들만 일부 남아 있다”고 전했다. 대학로에서 20년 넘게 인쇄 가게를 운영한 노부부는 “올해는 코로나19로 학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이렇게 놀고만 있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학 수업이 비대면 강의로 전환된 후 재학생들이 기숙사나 자취방에 머물지 않고 본가로 돌아가면서 대학가 상점들은 된서리를 맞았다. 이날 성균관대 인근의 한 중국집에 들어온 20여 건의 주문 배달 중 자취방 주문은 전무했다. 같은 날 성북구 안암동의 고려대 인근 상권도 저녁 시간대가 됐지만 손님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대학가 인근 상가에는 ‘임대’를 알리는 문구를 내건 빈 점포들이 넘쳐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권리금이 1억 원에 달하던 고려대 앞 상권은 올해 코로나19 직격탄으로 매매는 물론 임대 문의도 실종됐다. 안암동에서 30년 가까이 공인중개업을 해온 이상기 씨는 “예전에는 자취방 10개가 모두 차 있었다면 지금은 2~3개씩 비어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가 끝나야 문제가 해결될 텐데 그때까지 상인들만 죽어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대학가 상인들은 수능 시험 이후 논술·면접 등 대학별로 진행되는 대입 전형 일정이 자칫 코로나19 확산의 또 다른 뇌관이 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모습이다. 고려대 인근에서 도시락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내년에 신입생들이 새로 들어와도 비대면 강의가 계속 이어진다면 지금 상황과 별반 다를 바 없다”며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고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와야 장사도 좀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고려대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자 지난 3일 2학기 기말시험 평가 방식을 과제물 제출 또는 비대면 시험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글·사진=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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