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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는 선배도, 바라보는 후배도 어색” 국책은행 ‘명퇴’를 어찌할꼬

파격적 조건 시중銀과 달리 퇴직금 턱없이 적어 지원자 없어

국책銀 노사 대안 제시에 기재부 “형평성 문제” 부정적 입장

“임피 대상자 누적으로 경쟁력 퇴행...어떤식이든 해결책 내야”

3대 국책은행 중 하나인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의 모습. /연합뉴스




#국책은행 A팀장은 얼마 전 점심을 서둘러 먹고 오후 12시 30분쯤 사무실을 나왔다가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한창 때 왕성한 활동을 했지만 승진에서 누락 돼 지금은 임금피크제 대상이 된 선배가 쓸쓸히 홀로 점심을 먹으러 가는 뒷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A팀장은 “임피제 적용 선배들이 후배들 눈치가 보여 직원들이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시간대를 피해 점심을 먹으러 간다”며 “가끔 우연히 만나 눈이 마주쳐도 선배가 눈을 피하고 후배들도 못 본 척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국책은행에서 길게는 10년째 명예퇴직(희망퇴직)이 실시 되지 않고,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은 늘어만 가면서 인력구조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책은행 사측은 물론 노조까지도 희망퇴직금을 늘려 은행을 떠날 사람은 떠나게 하고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희망퇴직금이 적다 보니 모두가 임피제 적용을 받으며 정년까지 다니고 있고, 그만큼 현업을 담당하는 직원은 줄어 업무부담을 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칼자루를 쥔 기획재정부는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3대 국책은행, 2015년 이후 명퇴 '0'
12일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3대 국책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은 지난 2015년 기업은행이 마지막이었다. 수은은 2010년, 산은은 2014년 이후 없었다. 국책은행이 희망퇴직을 외면하는 것은 시중은행에 비해 빈약한 희망퇴직금 때문이다. 한 국책은행의 경우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직원은 퇴직할 때까지 3~4년간 임피제 직전에 받던 연봉의 두 배가량을 나눠서 받게 된다. 하지만 희망퇴직을 하면 정년까지 받을 수 있는 돈의 45% 정도만 받을 수 있다. 손해가 크기 때문에 나가려는 사람이 없는 실정이다. 반면 시중은행은 36개월 치 이상 급여를 제공하고 전직 지원금, 자녀 학자금도 지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책은행 노사와 기획재정부는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교집합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국책은행 노사는 전체 임피제 기간(3~4년) 중 첫 1년만 근무하고 퇴직하는 대신 잔여 기간의 급여를 희망퇴직금으로 한 번에 받는 개편안을 제시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향후 2~3년간 임피제 대상 직원에게 지급될 인센티브·수당 등 추가 비용을 아낄 수 있고 희망퇴직자도 현행보다는 많은 퇴직금을 받게 된다.



기재부 "시중銀과 직접 비교 무리...다른 공공기관과 형평성 고려해야"
하지만 기재부는 부정적 입장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국책은행이 시중은행과 비교하며 희망퇴직금을 올려 달라고 하지만 국책은행 직원은 시중은행보다 고용 안정성이 높아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가 있다”며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연봉도 높은데, 국책은행만 희망퇴직금을 올리면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로라면 직원 6명 중 한 명은 임피제...국책銀 경쟁력 저하 우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며 디지털 금융 시대에 국책은행의 경쟁력만 퇴행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은 적극적 희망퇴직을 통해 조직 몸집을 줄여 변화에 대응하고 있지만 국책은행은 이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22년 산은 직원 6명 중 1명(17.3%)이 임피제 적용을 받고, 기은은 11.1%, 수은도 6.5%에 달한다. 국책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임피제에 들어간 직원에게는 급여가 줄어드는 만큼 이에 맞춰 업무 강도가 낮은 직무를 줘야 한다”며 “임피제 직원이 점점 많아지면 적합한 직무를 주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걱정했다. 국책은행의 다른 관계자는 “임피제 직원을 기업 현장 컨설팅에 투입하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신입 행원 채용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 어떤 식으로든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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