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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선제대응? 국내 정치용? 갑자기 튀어나온 文 “CPTPP 가입 검토”[뒷북경제]

바이든 복귀 타진, 시진핑도 "가입" 깜짝 발언

中 주도 RCEP 가입과 병행해 외교·통상 '균형추' 모색

"기업 득실 따지고 美 움직임 보고 해도 늦지 않아" 지적도

대통령이 '가입'도 아닌 '가입 검토' 직접 발표

공수처, 윤석열 해임... 정치 현안서 눈 돌리기 의도도 보여

문재인 대통령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PTPP) 가입을 검토하겠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지난 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 57회 무역의날 기념식에서였습니다. CPTPP는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FTA)’로, 참여한 나라들끼리 무역 확대를 위해 FTA를 맺는 것입니다. 용어 자체도 생소하다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고, ‘이걸 지금 갑자기 왜 가입하겠다는 거지?’하고 궁금하신 독자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검찰 다음 개혁 목표로 ‘언론’을 잡으려는 청와대와 정부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정부가 정책을 발표하면 이를 국민한테 설명하는 일은 늘 언론이 도맡아 왔습니다. 정부가 왜 CPTPP 가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것인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7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미중 사이 ‘균형추’ 찾는 한국

CPTPP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당시 중국을 제외하고 일본, 호주, 캐나다 등 핵심 동맹국과 우방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이 전신입니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취임하자마자 TPP에서 탈퇴를 했습니다. 미국이 관세 인하 등 무역 상 특례를 TPP 회원국에 부여할 만큼 경제적으로 여력이 없다는 이유에서였죠. ‘미국 중심주의’의 상징적인 조치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TPP는 CPTPP로 명칭을 바꾸고, 일본이 주도하는 형태로 수정돼서 유지돼 왔습니다.

그런데 오바마 정부 부통령 출신인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상황이 변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오바마 정부의 외교·통상 기조를 계승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 가운데 하나가 CPTPP 재가입으로 점쳐집니다. 국내·외 통상 전문가들도 ‘다자주의 복원’을 천명한 바이든 정부가 CPTPP에 재가입해 동맹과 함께 중국을 압박할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도 ‘위치 선정’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우선 우리나라는 지난달 중국과 일본, 뉴질랜드, 호주와 아세안 10개국 등 총 15개국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참가에 최종 서명을 했습니다. RCEP는 사실상 중국이 주도하는 무역협정으로 평가 받습니다. 트럼프 정부 내내 무역분쟁으로 치고 받았던 미중 관계를 고려하면, RCEP에 가입한 한국은 CPTPP 복귀를 타진하는 미국을 고려해 CPTPP 가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정확한 속내는 알기 힘들지만, 중국이 ‘CPTPP에 가입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도 한국 입장에서는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에서 “CPTPP 가입을 적극 고려하겠다”는 ‘깜짝 발언’을 했습니다. 중국이 ‘다자주의, 자유무역 복원’을 표방한 바이든 정부보다 앞서 다자 무역을 주도하겠다는 ‘선수’를 친 것이죠. 중국의 이 같은 변화에 청와대와 정부의 CPTPP 논의도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이 미국이 기틀을 마련한 CPTPP에 가입 의사를 밝힌 만큼 정부로서도 더 이상 중국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통상당국 고위 관계자는 “전부터 CPTPP 가입 영향 등을 따지고 있던 상황”이라며 “조만간 관계 부처 간 공식 논의 채널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멕시코와 첫 FTA 체결 효과

CPTPP 가입의 경제적 효과는 무엇일까요. CPTPP 참여국은 일본을 비롯해 캐나다·호주·뉴질랜드·싱가포르·멕시코 등 총 11개국입니다. 총 무역 규모는 2조 9,000억 달러로 전 세계에서 15%가량을 차지합니다. 한국의 CPTPP 국가 대상 수출은 지난 2017년 현재 1,336억 달러로 총수출의 23.3%, 수입은 1,254억 달러로 26.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CPTPP 가입으로 가장 주목되는 효과는 멕시코와의 첫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입니다. 멕시코는 한국 15대 무역국으로 대표적인 무역 흑자국입니다. 한국은 멕시코에 자동차와 부품, 평판 디스플레이, 센서, 철강판 등을 수출하고 멕시코로부터 원유와 금속광물, 아연광 같은 원자재를 수입하는 상호 보완적인 무역구조입니다. 무역협회는 “CPTPP 가입으로 관세가 철폐될 경우 자동차 부품과 중소형 자동차, 타이어, 플라스틱 제품 등에 대한 멕시코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일본과의 FTA 체결 범위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은 RCEP를 통해 이미 일본과 처음으로 FTA를 ‘간접’ 체결했지만, RCEP를 통한 한국과 일본 간 관세 철폐 수준은 83% 수준에 그쳤습니다. 중국·호주·뉴질랜드(91~100%)는 물론 아세안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준이죠. 그러나 CPTPP 개방도는 일본이 95%, 뉴질랜드와 말레이시아·브루나이·싱가포르는 개방도가 100%에 이릅니다. 이밖에 CPTPP 가입으로 이미 한국과 FTA를 체결한 베트남·말레이시아 등 국가와의 통상 관계도 업그레이드될 수 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연합뉴스


복잡한 정치 현안 ‘눈 돌리기’ 시도?

방향은 정해졌으니, 남은 것은 타이밍입니다. 그런데 한국 CPTPP 가입 시점에 대해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국이 CPTPP에 재가입할 가능성은 높지만, 당장 바이든 당선인 취임 첫 해부터 추진할 확률은 낮은 것으로 점쳐집니다. 한국이 외교적 선제 대응으로 CPTPP에 가입하더라도 미국 움직임을 살펴가며 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죠. 경제 단체들은 CPTPP 가입에 대해 국내 기업의 득실을 따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설송이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팀장은 “아직 미국 바이든 캠프에서 CPTPP 가입 이야기가 나온 게 아니라 현지 싱크탱크에서 CPTPP 가입 이야기가 나온 상황”이라며 섣부른 접근을 경계하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국내 정치용으로 CPTPP 가입을 공식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옵니다. 문 대통령이 CPTPP 가입 검토를 발표한 지난 8일은 국회에서 고위공직자수사비리처(공수처) 법안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단독 기립투표’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단 7분 만에 통과한 날이기도 합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해임하기 위한 법무부 징계위원회 개최를 불과 이틀 앞두고 징계 절차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나날이 고조되는 상황이기도 했죠. 정권 ‘숙원 사업’인 검찰개혁의 굵직한 현안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그것도 CPTPP 가입이 아니라 ‘가입 검토’를 선언했습니다. 최근 청와대와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속도전으로 밀어 부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배경이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많이 나옵니다. 국제적으로 이 같이 다급한 상황인데 야당, 야당과 ‘카르텔’을 맺은 검찰 등을 위시한 구태 세력이 여당의 앞길을 가로 막고 있다, 이 같은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 것으로 관측됩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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