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이명호 예탁결제원 사장 "펀드넷에 '3중 안전장치' 마련…옵티머스 사태 재발 막을 것"

[서경이 만난 사람]

코드부여·자산대조·운용지시 갖춰…사모펀드 실사 체계 구축

VC, 벤처기업 투자 안정성 강화 위해 '벤처넷 플랫폼' 개발

비상장사 전자증권 도입 확대…전자투표제 정착시키겠다





‘옵티머스 사태’는 올해 금융 투자 업계에 ‘사모펀드 사기를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에 대한 숙제를 남겼다. ‘공공 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던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실은 부실기업의 사채와 주식에 투자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내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반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펀드 운용을 맡은 자산운용사뿐 아니라 사무관리 회사, 수탁회사, 판매사 등 소위 ‘후선 업계’의 관행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이명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의 고민도 사모펀드 사고 예방에 쏠려 있었다. 예탁원은 국내 모든 증권에 대한 결제·예탁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 최대의 ‘백오피스(후선 업무 기관)’다. 옵티머스 펀드의 사무관리 업무를 담당한 예탁원도 옵티머스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 사장은 기존 펀드 관리 플랫폼인 ‘펀드넷’의 기능을 사모펀드로까지 확장함으로써 옵티머스 사태의 재발을 막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현재 펀드넷은 장내에서 거래돼 시가 파악이 쉬운 상장 주식·채권 등 시장성 자산에 대해서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며 “그러나 사모펀드들이 주로 투자하는 사모사채 등 비(非)시장성 자산에 대해서도 표준 코드를 일일이 부여해 추적·관리하는 동시에 실사 시스템까지 갖춰 ‘3중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벤처기업 전용 전산망인 ‘벤처넷’을 구축하는 등 다른 증권 예탁·관리 업무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대담=한영일 증권부장 hanul@sedaily.com

펀드넷은 펀드의 설정, 환매, 운용 지시(공모펀드), 예탁 결제 등을 지원하는 펀드 전산망으로 예탁원이 2004년부터 관리하고 있다. 기존에는 주식·채권 등 가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자산 위주로만 관리해왔다. 그러다 보니 여기에 매출 채권이나 부동산 등 시장에서 거래 빈도가 낮은 비시장성 자산의 경우 펀드넷에서 제대로 이력 관리가 안 됐고 이는 사모펀드 관리의 사각지대가 됐다. 앞으로 비시장성 자산까지 펀드넷에서 포괄하면 옵티머스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사장의 복안이다.

이 사장이 설명한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모든 비시장성 자산에 대한 식별 코드 부여다. 그는 “비시장성 자산에도 표준 코드를 부여하게 되면 ‘주민번호’가 찍히는 셈”이라며 “지금까지는 장외에서 거래되는 사모사채와 같은 자산의 경우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었는데 이처럼 ‘주민번호’를 하나하나 붙이게 되면 자산 추적·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사모펀드가 투자한 대체 자산에 대한 표준 코드 부여나 관리 강화에 대한 목소리는 있었지만 현실적인 장벽이 높았다. 비시장성 자산은 종류도 다양하고 숫자도 많아 표준화된 코드를 붙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장도 “어떤 기준으로 번호를 부여할 것인지, 누가 부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시장 참여자 간 합의가 필요하다”며 “이런 이유로 비시장성 자산에 대한 표준화 작업이 지연돼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거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사장은 “이번 사태로 ‘불편함이 있지만 더 큰 이익을 위해서는 (코드 부여를) 해야 한다’는 시장 참여자 간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감독 당국도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으며 예탁원도 이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방안은 자산 실사 시스템을 펀드넷 속에 구비하는 것이다. 자산별로 ‘이름표’가 붙은 만큼 이를 열람할 수 있는 시스템만 갖춰진다면 판매사·수탁사·사무관리사·자산운용사가 서로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펀드의 자산 내역을 대조할 수 있다. 그동안은 수탁사·사무관리사·판매사들이 운용 내용을 사모펀드 운용사로부터 일방적으로 전달받는 구조였다. 그러다 보니 옵티머스 운용과 같이 작정하고 속이면 다른 기관들이 교차 검증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펀드넷에 자산 실사 시스템이 갖춰지면 보는 눈이 늘어나게 돼 이 같은 ‘맹점’을 없앨 수 있다.

마지막은 펀드넷 내에서 사모펀드의 운용 지시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운용 지시는 자산운용사가 펀드 재산을 맡아주는 수탁사에 자산 매입·매각 지시를 내리는 것을 뜻한다. 그동안은 운용사와 수탁사가 별도로 의사소통을 통해 운용 지시를 내리다 보니 제 3자가 이를 검증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이 사장은 “펀드넷에서 운용 지시까지 가능하면 좋겠다는 업계의 요청이 있다”며 “이 역시 운용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장치라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내년 상반기 말까지는 비시장성 자산에 대해 표준화된 코드를 부여하고 참여자 간 잔액 실사 기능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이 또 관심을 갖는 분야는 벤처 투자시장이다. 벤처 시장의 성장 속도에 비해 거래 인프라는 크게 뒤처져 있다는 데 착안했다. 그는 “펀드넷을 운영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벤처넷’ 플랫폼을 개발해 벤처기업 투자를 표준화·자동화·전산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벤처넷을 통해 벤처캐피털(VC), 비상장 기업 등 벤처 투자시장 참가자들은 편리하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투자조합의 지난해 말 기준 운용 규모는 약 38조 원으로 최근 5년간 연 24%씩 성장하고 있다. 연간 약 1만 장의 권리증서가 실물로 발급되고 있다. 그런데도 연간 약 10만 건의 운용 지시가 수기로 처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벤처캐피털협회·벤처기업협회 등 유관 협회들과의 오랜 협의 과정에서 이 같은 업무를 표준화하고 전산화해 위험성을 낮추고 관리 편의성을 높이자는 쪽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내년 벤처넷이 가동되면 벤처 투자의 리스크 관리가 용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 증권 관리와 전자 투표제 정착 역시 이 사장이 역점을 두는 분야다. 우선 비상장사의 전자 증권 도입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전자 증권 제도가 전면 도입된 후 전자 등록 관리 자산이 총 333조 원 증가하면서 예탁원에서는 전자 증권이 어느 정도 자본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비상장사 중에서는 종이 증권을 전자 증권으로 대체하지 않은 곳이 많다. 비상장사의 경우에는 여전히 전자 증권이 의무가 아닌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우리나라는 ‘특정 요건’이 갖춰지고 ‘거래가 빈번한’ 유가증권은 의무화하고 나머지 회사는 자율에 맡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자 증권을 도입하면 기업공개 등의 일정을 단축할 수 있고 종이 증권 발행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주주 관리 효율성 역시 제고된다. 특히 전자 증권을 도입한 회사는 대주주 지분율이나 우호 주주 현황을 훨씬 쉽게 파악할 수 있어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예탁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사장은 “주식 발행 등록 수수료 완화 등 인센티브를 마련해 전자 증권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며 “전자 증권의 편익을 깨닫는 회사가 많아지면 도입도 자연스레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자 투표제 역시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용자 수를 늘릴 계획이다. 올해 예탁원의 전자 투표제 투표율(3월 기준)은 0.68%로 1%대를 밑돌고 있다. 각 대기업이 전자 투표제를 도입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전자 투표제에 나선 주주들이 늘어났음에도 전자 투표제의 인기가 생각보다 저조하다. 일각에서는 전자 투표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일단은 자체 전자 투표 시스템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게 이 사장의 견해다.

이를 위해 최근 전자 투표 시스템을 재단장하기도 했다. 24시간 투표·위임장 행사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소액주주 편의성을 높이고 여러 주주총회에 대한 의결권을 일괄 행사할 수 있게끔 해 기관투자가의 수요에 맞춘 것이 특징이다. 주주총회와 전자 투표 관련 정보가 자동으로 입력되도록 해 발행 회사의 업무 처리를 간소화하기도 했다.

이 사장은 “전자 투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을 제기하는 분들이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도 “주주가 자신이 투자한 기업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리=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사진=오승현기자

He is...

△1963년 경남 거창 △1988년 서울대 법학과 △1989년 행시 33회 △1997년 미국 컬럼비아대 법학 석사(LL.M) △2009년 외교부 주영국대사관 참사관 △2012년 금융위원회 구조개선정책관 △2015년 외교부 주인도네시아대사관 공사 겸 총영사 △2018년 국회 정책위원회 수석 전문위원 △2020년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