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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물'그린 재미화가 안영일 별세

서울대 회화과 졸업 후 1966년 미국 이주

LA정착해 1980년대부터 '물' 연작 발표

지난 2017년 현대화랑에서 열린 개인전에 참석한 고(故) 안영일 화백. /사진제공=현대화랑




한평생 물빛을 탐구해 ‘물의 화가’로 불린 원로화가 안영일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별세했다고 현대화랑이 16일 전했다. 향년 86세.

고인은 1934년 개성에서 서양화가 안승각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미술을 접해 서울대 회화과에 입학했다. 대학생이던 1957년 주한 미 대사관에서 실시한 공모전에 뽑혀 뉴욕 월드 하우스(World House) 갤러리의 초대전에 참여했다. 1958년 대학 졸업 후 서울예고와 사대부고에서 교편을 잡았으나 전업 작가로 돌아섰다. 1966년 더 큰 무대를 꿈꾸며 미국으로 이주해 로스앤젤레스(LA)에 정착했다. 캘리포니아 해변 풍경과 특유의 정취가 담긴 서정적인 반추상 계열의 작품을 통해 현지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1967년 재커리 월러(Zachary Waller) 갤러리와 전속 계약을 맺고 도약하는 듯 했으나 악재를 만났고 이혼, 경제적 어려움, 우울증 등으로 슬럼프에 빠졌다.

안영일은 1983년부터 시작한 ‘물(Water)’을 통해 재기에 성공했다. 작은 어선을 타고 바다로 나갔다 길을 잃고, 자신의 손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욱했던 안개가 갑자기 걷히면서 햇빛이 쏟아지고 수면이 빛나던 잊히지 않는 인상을 시각언어로 구체화했다. ‘물’ 연작의 시작이다. 이는 멀리서 보면 하나의 색으로 덮인 단색조의 화면 같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사각의 작은 색 점이 모자이크 패턴을 이루며 반짝이는 생동감을 드러낸다. 작가는 물을 주제로 빛,안개가 바다와 교감하는 무수한 방법을 탐구했다. 생전에 그는 바다를 자신의 일부라 말하곤 했다.



안영일 ‘물 ALSV 16’ /사진제공=현대화랑


“바다는 하나의 거대한 생명으로 살아 숨 쉬고 있었고 파도는 파도대로 매 순간 오묘한 빛의 율동으로 출렁이고 있었는데 단 한 번도 같은 빛깔과 몸짓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한없이 겸허해져서 떨리는 마음으로 순간순간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바다의 신비로운 모습을 가슴속 깊이 새겨 넣었습니다. 그날부터 바다는 내 속에 살고 있고, 나는 바다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지난 2017년에 열린 현대화랑의 안영일 개인전 전경. /사진제공=현대화랑


고인은 지난 2014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몸이 불편했지만 붓을 놓지 않았다. 미국 롱비치미술관은 2015년과 2017년에 안영일의 회고전을 열었다. 미국 서부 지역 내 최대 규모 미술관인 LA카운티미술관(LACMA)이 2017년 2월부터 10월까지 재미 한국작가로는 처음으로 그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 해 3월에는 현대화랑에서 개인전이 열렸다. 2018년 시카고의 카비 굽타(Kavi Gupta)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가 생전 마지막 개인전이 됐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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