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1%로 낮추면서 IMF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이 현실화됐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논의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내년 성장률을 3.2% 장밋빛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17일 발표한 2021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당초 올해 성장률을 2.4%로 전망했다가 지난 6월 0.1%로 하향 조정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소비, 고용 등이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 컸다.
내년의 경우 올해 역성장의 기저효과를 고려하더라도 국내외 주요 기관보다 낙관적인 3.2%를 제시했다. 종합적인 물가를 나타내는 GDP디플레이터까지 감안한 경상성장률은 4.4% 목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올해 -1.1%, 내년 2.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 내년 전망치를 2.9%로 제시한 바 있다.
특히 내년 성장률 전망치에는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가능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이는 한국은행이 내년 3.0% 성장을 전망하면서도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으면 성장률이 2.2%로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 시나리오’를 제시한 것과 대조적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상향될 경우 올해 말과 내년 초에 하방 리스크로 작용해 추가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경제활동이 점차 정상화된 뒤 하반기 백신 상용화로 본격 회복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제를 깔았다. 최대 4,400만명분의 해외백신을 선구매하고 1·4분기부터 백신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내년 1월로 기한이 도래하는 회사채·CP 매입기구(SPV) 매입기한을 6개월 연장 하되, 한시적인 코로나19 위기 대응조치는 향후 코로나 확산세 추이 및 경기·고용 흐름을 보고 점진적으로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전기요금 납부기한도 3개월 연장해준다.
내수가 회복되면서 내년 소비자물가는 1.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인 수출 증가율은 8.6%로 크게 높여 잡았다. 기저효과에 더해 주요국 경기 회복과 글로벌 교역 증가, 반도체 업황 개선 등에 힘입어 수출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는 수출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위해 국내선사 임시 선박을 월 2척 이상 투입하고 선적공간의 50%를 우선 제공할 방침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올해 역성장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내년에 2% 내외로 성장해야 하지만 지난해에도 간신히 2% 성장을 맞춘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이라며 “민간소비가 정부 예상을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코로나19로 투자 쪽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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